우리 정부가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IT강국-코리아’를 전세계에 각인시킨 여세를 몰아 오는 29일 열리는 부산 아시안게임에 맞춰 남북간 방송중계망을 구축키로 한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희망과 도약, 새로운 아시아’라는 대회 이념이 상징하는 것처럼 21세기 첫 36억 아시아인의 대축제인 부산 아시안게임을 통해 남북한이 한민족임을 세계에 과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남북간 IT산업과 통신, 문화, 예술 등의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아시안게임 개회식 입장이나 응원전 등에서 융통성을 발휘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은 상태다.
이번 남북간 방송중계망 구축과 관련된 업무는 정보통신부와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KT측에서 담당키로 했고 현재 방송중계 방법은 외국위성(인텔샛 60도), 무궁화위성, 광케이블 전송 등 3가지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방송중계는 그동안 몇차례 한 적이 있고 지난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시 이동위성중계차(SNG) 방식을 이용한 무궁화위성을 이용한 적이 있다. 이미 평양에서 통일각간의 광케이블(8∼12코어)이 설치돼 있어 이를 KT의 광케이블과 연결하면 중계하는 데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이제 남북 양측이 그동안 검토한 실무적인 준비사항을 토대로 방송중계망 구축에 합의하는 일만 남았다고 하니 양측이 협의를 서둘러 주기를 바란다.
남북한은 지난 6월 첫 통신회담을 갖고 북한의 평양과 남포 지역에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전화 사업과 국제전화 관문국의 고도화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는 아시아 CDMA벨트 구축과 남북 IT협력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었고 기대도 높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우리는 이번 남북간 방송중계망 구축이 성사돼 양측이 일체감 형성을 통해 공동체라는 인식 아래 남북한 경제를 균형 발전시키기 위한 분야별 경제협력과 교류 활성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본다. 우선 이번 일이 IT산업을 비롯한 분야별로 남북 분단의 벽을 허물고 이를 통해 평화공존의 상호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데 촉진제가 될 수 있도록 양측이 호혜평등의 원칙에 입각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남북한이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경제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분야인 IT산업이 상호협력과 상생의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입증된 바 있지만 우리의 IT산업은 ‘IT강국-코리아’라는 말처럼 선진국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북측의 우수한 두뇌와 남측의 기술이 합치면 북한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은 앞당겨 이루어질 것이고 투자 승수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이번 부산 아시안게임을 통해 남북한은 2002 월드컵에서 이룩했던 또 한번 감동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민족 동질성 회복이며 민족화합을 통한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일이다. 남북한이 IT산업, 통신, 예술,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고 교류를 확대한다면 국가경쟁력은 그만큼 강화될 수 있다.
이번 부산 아시안게임의 남북한 방송망 구축이 남북 IT와 통신 등 분야별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