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모바일 결제서비스

 ◆김한주 ETRI 무선산업연구팀장 joo@etri.re.kr

지난 십여년 동안 국내 이동통신산업은 경제적 성장과 함께 국민 생활의 질적인 변화까지 가져올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모바일 결제서비스는 전통적인 지불수단인 현금과 신용카드를 대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이동통신서비스의 총아로 불릴 만하다.

 모바일 결제서비스 가운데서도 각광받는 기술이 적외선(IR)을 이용한 결제방식이다. 이 기술은 이동전화에 신용·현금·직불카드 등의 지불정보를 수록, 카드조회기에 플라스틱 카드를 삽입하지 않고도 신속하고 편리한 결제기능을 제공한다. 이동전화 하나만 있으면 별도의 플라스틱 카드를 소지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IR 결제서비스의 도입으로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신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게 됐고 소비자들은 또 하나의 편리한 결제수단을 갖게 됐다. 통신사업자의 사업확장 구도와 소비자들의 이동통신 생활패턴이 절묘하게 결합될 수 있는 서비스인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 결제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에도 걱정되는 점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이동통신사업자간 호환문제다. SK텔레콤·KTF·LG텔레콤 모두 향후 IrFM이라는 국제 표준규격을 따르겠다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제각각 변용한 기술규격을 채택하고 있다. 정보저장 및 보안·인증·장비체계가 서로 달라 상용서비스가 제공되더라도 가입자들은 해당 통신사로부터만 이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도출되는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관 공동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는 과다한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 무엇보다 사업자간 최소한의 협력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IR 결제서비스를 위해서는 가맹점 인프라, 즉 카드조회기 구축이 수반돼야 한다. 지금처럼 사업자마다 기술방식이 달라서는 인프라 보급이 개별적으로 추진돼야 하고 이는 엄청난 자원낭비를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인프라 중복투자는 결국 이용자의 부담과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모바일 결제서비스에 참여하는 사업자마다 서로 균형있는 협력과 경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한마디로 윈윈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현재 도입되는 IR 결제서비스는 벤처기업이 초기 기술개발을 통해 발빠르게 선도했던 측면이 크다. 결국 기술을 채택하고 투자를 단행하는 쪽은 대기업이지만 벤처기업들의 기술개발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사업자들의 움직임에서 우려되는 대목은 서로 기술표준과 주도권을 쥐기 위해 극렬한 경쟁구도도 불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힘이 약한 벤처기업들의 기술이 사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로 이동통신산업과 금융산업간의 협력관계 구축, 이를 위한 합리적인 절충점이 강구돼야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상용화 막바지에 다다른 이동전화 내장형 칩카드 방식은 가입자 인증권한이 단일화돼 있어, 인증과 발급권을 누가 맡느냐가 논란거리다. 권한을 잡는 쪽이 향후 모바일 결제서비스 시장의 헤게모니도 가져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와 금융기관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했지만 기술·시장의 발전추세를 감안할 때 양자는 각자의 영역에 충실한 가운데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공통된 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구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벌써부터 이동통신사업자와 금융업계 사이에 마찰음이 발생하고 있어 걱정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IR 결제시장은 이동통신사업과 금융산업, 전문 솔루션업계 등 관련업체들이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만 상호 공존,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에 참여한 모든 사업자들은 공정경쟁 구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정부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모든 사업주체와 정부는 모바일 결제서비스의 궁극적인 목적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려는 데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소소한 욕심보다는 장기적으로 공생할 수 있는 시장발전의 명분이 중요하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성과는 결국 모바일 결제서비스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로 드러날 것이며, 대신 현재 도사리고 있는 위협요인은 최소화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