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실리콘밸리 창업 환경 극도로 악화

 파브니 드완지는 과거 인터넷 호황기에 기술회사를 창업한 후 1억2000만달러에 회사를 매각해 어느 정도 재산을 모은 여성기업인이다.

 그녀는 아이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었다가 올해 또 다른 신생회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번 창업이 실리콘밸리에서도 IT 회사창업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이루어져 모든 여건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것을 실감했다.

 그녀는 창업을 준비하는 석달 반 동안 침체기에 창업해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점, 또한 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장기 경영계획을 세워야 하고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돈을 아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드완지와 창업동업자 브리언 윌슨은 자신들이 팰러앨토에 세운 회사 이름을 메일프런티어로 명명했다. 이 회사의 메타도어소프트웨어는 스팸 퇴치 소프트웨어로 직원 한 사람이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 툴바 위 정크 버튼을 치면 전체 직원의 편지함내 모든 스팸이 제거된다. 이 소프트웨어는 알지 못하는 메일 발송자의 신원확인을 요구해 스팸이 무분별하게 편지함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그녀는 6개월 전 자신이 매일 스팸으로 고통을 받고 아이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까 두려워한 경험을 살려 스팸 퇴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겠다는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에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벤처자금을 얻기 전까지 우선 그녀의 돈으로 회사를 창설해 운영에 들어갔다.

 그녀는 벤처자금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창업여건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투자자들은 이미 여러 스팸퇴치 회사에 자금을 지원한 적이 있어 새로 돈을 대는 것을 꺼려했다. 더군다나 벤처자본가들은 자금지원 대가로 지나친 경영간섭권을 요구하고 엄격한 투자조건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했다. 어렵게 자금을 얻더라도 그 액수는 많지 않았다.

 드완지가 99년 켄다라라는 회사를 창업했을 때는 자금조달에 4주밖에 안걸렸다. 당시 그녀는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투자계획서와 시제품을 들고 5개 벤처캐피털(VC)을 방문했으며 그 결과 이들 모두로부터 투자제안을 받았다. 그녀는 그 후 1년이 안돼 회사를 앳홈에 매각했다.

 그녀가 이번에 창업자금을 얻는 데는 두달 반이 걸렸는데 이는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아주 빠른 것이다. 그녀는 12명의 VC와 접촉했으며 이 중 4명의 VC가 투자에 관심을 표명하고 최종적으로는 2명이 투자했다.

 자본부족은 그녀의 사업계획에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소프트웨어를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PC에 깔도록 했다. 마케팅 비용을 하나도 안들이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주는 이른바 구전 마케팅 효과를 기대했다. 그녀는 다음달 서버와 함께 새 버전을 기업고객 상대로 출시한다. 물론 이번에는 돈을 받고 판매한다.

 VC 베테랑 드레이퍼는 “지난 호황기때 신생기업들이 벤처자금을 흥청망청 써댄 경험이 있어 지금은 투자조건을 매우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시스코와 휴렛패커드처럼 절약하는 회사가 더 오래가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3년 전이라면 벤처자금을 얻기 위해 이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었다. 당시 그녀는 시간의 대부분을 구인활동에 보냈다. 예비 채용자들과 만나 입사를 설득하는게 주 일과였다.

 이사회 회의도 변했다. 과거 호황시에는 이사회 회의는 경영전략을 주로 논의했으나 이제는 이사회가 일상 업무까지 특히 돈에 관계되는 일은 직접 개입하는 예가 흔하다.

 이사회는 드완지가 채용을 강력하게 희망한 예비 채용자들의 급여인상 제안을 거부하고 급여수준을 더 낮추도록 요구했다. 그녀는 “더 낮은 급여에 만족하는 채용 희망자를 발로 찾아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