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인터넷시대와 송사(訟事)

◆<정득진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djjung@kiec.or.kr>

 ‘3년 송사에 집안 망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인은 조상들의 그러한 경고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송사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사법연감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민사소송은 1심 사건만 해도 연간 약 84만건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약 5%가 매년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97년에 160만명에 불과하던 인터넷 이용인구가 지난해에는 240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전통적 방식의 금융거래와 상거래도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거래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 굴지의 IT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의 전망에 의하면 2000년 4030억달러에 머물렀던 세계 B2B 전자상거래 규모가 2004년에는 무려 7조29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전자상거래가 이처럼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피해와 개인정보 침해 사례도 크게 증가해 이와 관련한 분쟁이 늘어나고 있고 그 분쟁유형도 다양화되고 있다.

 그런데 기술발달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는 분쟁들을 모두 송사로 해결하려 들면 어떻게 될까.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 재판이 오래 걸리고 따라서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 것이다. 재판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지 않으면 조상님들 말씀대로 집안 망하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날지 모른다. 비단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복잡하게 일어나는 분쟁들을 법원에 가지 않고 전문가집단의 도움으로 신속히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이런 점에서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이러한 사회적 수요에 부응해 비사법적 분쟁조정기구의 하나로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분쟁들을 다루는 곳이 바로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이며 그 외에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등이 있다.

 세계 제1의 화학그룹 듀폰은 고용 변호사만도 수백명에 달하고 있고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해마다 수많은 각종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런 대기업들이 송사 3년에 거덜이 났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이런 회사들일수록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툼이 있을 때 이를 법정에만 가져가지 않고 당사자간 협상과 제3자 중재 등 적절하고 효율적인 수단으로 지혜롭게 분쟁을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