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체 `게임 고성능화` 골치

 현란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PC 게임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게임을 즐기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요구사양도 함께 높아지고 있어 PC 업체들이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제조 경비를 낮추기 위해 그래픽 기능을 통합시킨 칩세트를 착용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사용자들이 최근에 쏟아져 나오는 게임 중 상당수를 포기하도록 해야만 한다. 또 그렇다고 니치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고성능 게임을 지원하기 위해 단독형 그래픽카드를 채택하자니 제조 단가 인상이 우려된다.

 C넷에 따르면 최근 미 육군이 선보인 게임인 ‘작전’을 비롯해 곧 출시될 일본 스퀘어의 ‘파이널 팬터지XI’, Id소프트웨어의 ‘둠Ⅲ’ 등은 불과 2년전에 구입한 PC로도 즐길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사양을 요구한다.

 일례로 작전은 펜티엄Ⅲ 766㎒ 이상의 CPU와 32MB의 비디오 메모리를 갖춘 그래픽 카드를 최소 사양으로 요구하며 곧 출시될 파이널팬터지XI 베타버전 역시 펜티엄Ⅲ 800㎒ 프로세서와 32MB 메모리의 그래픽 카드, 4.5Gb 하드디스크 공간 등의 최소사양을 필요로 한다. 또 내년에 출시될 예정인 Id소프트의 둠Ⅲ의 경우 엔비디아의 지포스2 이상의 성능을 갖춘 그래픽 카드가 장착된 PC에서만 이용할 수 있으며 유럽의 조우드가 곧 내놓을 수중 슈팅게임은 물속의 플랑크톤까지 묘사되는 그래픽 수준을 제공해 엄청난 사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최신 에버퀘스트 확장판의 경우 무려 256MB의 메모리를 최소사양으로 요구하고 512MB를 권장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게임이 통합 칩세트를 지원하기는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안티알리아싱 등과 같이 컴퓨터의 자원을 많이 사용하는 특수효과 옵션의 사용은 포기해야만 한다. 통합 칩세트 PC로는 최신 게임의 참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칩 제조업체, PC업체, 심지어는 일렉트로닉스아츠 등과 같은 일부 게임 업체들은 최신 그래픽은 포기하고 가능한 한 광범위한 소비자층을 끌어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인텔의 대변인인 조지 알프스는 “845G(인텔의 그래픽 통합칩세트)는 목표 고객들이 무리 없이 사용하고 있다”며 “최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전용 그래픽 카드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게임 업체는 다른 게임과의 경쟁 때문에 게임 마니아들의 입맛을 무시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베데스타소프트웨어의 그래픽 위주 롤플레잉게임인 ‘엘더스크롤:모로윈드(The Elder Scrolls:Morrowind)’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토드 하워드는 “많은 PC에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어느정도에서 선을 그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작전의 프로듀서인 마이클 캡스은 “최소 사양을 높이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현재는 물론 몇년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만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Id소프트의 사장인 존 카맥도 “낮은 사양의 하드웨어를 갖고 있는 게이머를 배제시켰다는 점은 알고 있으나 여전히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중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PC업체들과 마니아층을 노리고 있는 게임 업체간에 게임 시장을 보는 시각이 판이하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은 당분간 최신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전망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