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콤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 하나로통신 선정 의미와 파장

 한국전력이 여러 차례의 유찰 끝에 이번에 하나로통신 컨소시엄을 파워콤의 전략적 지분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함으로써 지분매각의 비관론이 물밑으로 가라앉게 됐다. 또 본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감과 통신 3강을 위한 업체간 물밑 움직임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협상자 선정의 의미=한전 측은 파워콤의 향후 운영계획도 심사했으나 주당 가격이나 대금지불방법을 가장 중시했다. 그런데 응찰업체인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온세통신 모두 자력으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두 차례의 입찰도 가격문제로 유찰됐다.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것은 강동식 한전 사장의 민영화에 대한 의지,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여론의 부담, 발전 자회사 매각에 대한 외국투자자의 신뢰도 제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선정을 계기로 본계약 이후 통신사업자간 합종연횡을 통해 통신 3강을 위한 업체간 행보가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어떤 조건이 제시됐나=하나로통신은 주당 1만2000원 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콤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1만1000원 선에 비해 높으나 한전 측의 1만5000원 선에는 여전히 못미친다는 평가다.

 대금은 전액 현금지급을 제시했고 기존 파워콤 임직원에 대한 고용보장과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에 관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워콤의 기존 고객, 즉 기간통신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국·초고속인터넷사업자 등에 공정한 이용권을 보장하고 국내 통신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노력을 최대한 기울이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매각 외에도 국내외 협력자를 찾아 나머지 지분 59.5%의 조기매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걸림돌은 없나=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으나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이번 선정은 말 그대로 협상의 우선순위를 정해놓은 것인 만큼 향후 가격협상과 대금지불 등의 구체적인 마무리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전 측과 하나로통신 컨소시엄은 저마다 자신들이 설정해놓은 주가에 근접하도록 협상을 벌일 것이다. 그런데 주당 가격이 1000원만 차이가 나도 30% 지분인수의 경우 450억원이나 차이가 생겨 여전히 양측의 시각차가 있다.

 이 때문에 하나로통신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업계 일각에서는 하나로통신이 데이콤의 입찰을 저지하기 위해 높은 가격을 써내 일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다음 재입찰을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하나로통신은 현재 EMP·AIG·뉴브리지 등의 투자성 외자유치를 통해 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놓은 상태다.

 ◇전망=하나로통신 컨소시엄은 파워콤의 인수에 성큼 다가섰다. 하지만 경영권 확보에는 미치지 못하는 지분 인수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아 있다. 현재 포스코·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10.5%를 포함하더라도 40.5%의 지분이 민간으로 넘어오게 된다. 따라서 한전은 여전히 59.5%를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 결국 미완의 민영화라는 결론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설명도 나올 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하나로통신이 파워콤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통신 3강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콤이 주장해온 LG그룹 지원설이 사실상 자동폐기된 동시에 LG그룹의 통신사업 비전이 하나로통신과의 관계 설정과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LG그룹으로서는 유무선 통합시대의 통신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유선부문에 하나로·파워콤을 끌어들이지 않고는 불가능하고 결국 하나로통신의 LG 지분을 넓혀가는 길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LG텔레콤과 데이콤·온세통신·두루넷 등은 파워콤의 망 의존성이 다른 어떤 기업보다 강하다. 한전의 의지대로라면 파워콤의 주인은 곧 결정된다.

 LG로서는 무선의 LG텔레콤과 유선의 하나로통신을 비롯해 파워콤·데이콤·온세통신 등을 아우르는 통신 3강을 택하느냐,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통신사업자로 남느냐 하는 결단의 시기가 성큼 다가온 셈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