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대 부동산 재벌인 허치슨왐포아가 영국 이동통신 자회사 허치슨3G를 통해 올해 안에 유럽 최초로 3세대(G) 이통 서비스를 시작, 유럽에서도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전화를 할 수 있는 3G 시대를 연다.
허치슨은 또 오는 2004년까지 유럽의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를 비롯해 중동의 이스라엘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오스트레일리아와 홍콩 등 전세계 10여개국에서 3G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허치슨왐포아의 통신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캐닝 폭 기닝 사장은 “오는 10월중에 유럽 최초로 영국의 런던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3G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기지국 건설과 컴퓨터 시스템통합(SI) 등 막바지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해 안에 이탈리아에서도 3G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비롯해 오는 2004년까지 전세계 10여개국을 하나의 통화권으로 연결하는 3G 이통망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허치슨이 처음부터 3G 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에 2G 가입자 이탈 등의 위험부담이 없는 데다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우수한 대도시 지역부터 3G 서비스를 제공하면 단숨에 세계 최강의 이통 사업자로 변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치슨은 또 막강한 자금 동원 능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10여개국을 하나의 통화권으로 묶는 ‘글로벌 3G 이통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장비 및 단말기 등을 구입하는 데에도 경쟁 업체들에 비해 크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허치슨은 최근 일본 NEC, 미국 모토로라 등과 총 200만대 규모의 컬러 휴대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납품 가격을 1대당 평균 750달러(약 90만원) 선에서 맞추는 한편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영국 프로축구리그 중계권을 사들일 때에는 자그마치 5400만달러(약 648억원)의 거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전세계 3G 이통 시장의 숨은 실력자로 떠오르고 있는 허치슨왐포아는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홍콩 최대 부동산 재벌로 최근 유통과 에너지, 통신, 인터넷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90년대 들어 홍콩의 허치슨텔레콤과 영국 오렌지, 독일 보이스스트림 등 전세계 이통 서비스 사업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허치슨왐포아는 지난 99년과 2000년 오렌지와 보이스스트림의 주식을 처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영국에서 허치슨3G를 설립해 3G 사업권을 획득한 것을 비롯해 전세계 10여개국에서 3G 사업권을 획득한 후 현재 서비스 제공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3G 사업을 위해 쏟아 부은 투자자금만도 무려 500억홍콩달러(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