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의 등장은 신의 축복일까. 아니면 대재앙의 전주곡일까.
나노기술의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나노기술 과학자들과 환경론자들의 설전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AP에 따르면 나노 과학자들은 나노기술이 식량과 에너지 문제는 물론 환경 문제까지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데 비해 환경 단체는 통제가 불가능한 나노 물질이 체내와 지하수에 축적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최근 미 국립과학재단(NSF)이 나노기술 응용제품의 본격적인 등장시점 전망을 향후 5∼10년 뒤에서 2∼3년 뒤로 앞당기는 등 나노기술의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온 데 따른 것이다.
NSF의 수석고문인 미하일 로코와 같은 나노 과학자들은 오는 2050년께 세계 인구가 11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노기술이 쓰레기를 줄여주고 무한정 생산할 수 있는 식량과 물, 에너지 등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이들은 식용수와 폐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공장 필터 시스템 등이 불순물의 초미세 입자까지 걸러내 환경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나노 입자를 대기와 물의 독성을 검사하는 센서로 활용하는 방안을 비롯해 오염된 물이나 토양을 정화해주는 공해 흡수 나노입자, 화학무기나 생물무기 등을 막아주는 나노입자 센서 네트워크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로코는 “나노기술로 상품을 만들면 크기가 줄어들고 이는 생산 공정이나 나노 제품 폐기시에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도 줄어든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환경론자들은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조작하게 되면 아주 위험한 오염물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에 기반을 둔 환경기구인 ETC그룹의 연구원인 캐시 조 웨터는 “만일 나노입자가 혈액이나 지하수에 스며든다면 나노입자 자체는 위험하지 않더라도 다른 물질과 반응을 통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노입자가 인간의 간이나 폐에 쌓이면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ETC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기호에 따라 색과 향이 바뀌는 양방향 음료와 같은 나노 음식이 등장할 경우 인류가 수백에서 수십억개에 이르는 나노입자를 무분별하게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나노입자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대부분의 필터를 통과하고 볼 수도 없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처가 어렵다는 점이다.
ETC는 환경과 건강에 대한 우려가 해결될 때까지 정부가 나노기술 연구에 대한 지원을 멈출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나노기술이 탄소, 아연, 금 등과 같이 특성과 독성이 잘알려진 물질을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로코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일부는 독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나노입자보다 큰 입자와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이같은 문제는 발생하며 나노입자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비해 위험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나노기술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미 정부도 이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 연방 환경보호청(EPA)의 국립환경연구센터(NECR)의 이사인 피터 프로이스는 나노기술의 유해성을 살피기 위한 2건의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농무부와 식품의약국(FDA)은 오는 11월 개최되는 나노기술 워크숍에서 농업과 음식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해볼 계획이다.
현재 나노기술은 미 연방정부가 올해 6억4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는 등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과학분야의 하나다. 또 ETC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대만, 호주 등의 정부가 40억달러의 연구자금을 이 분야에 배정하고 있다.
또 일부 기업은 페인트나 선크림 등에 나노입자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심지어는 나노 물질의 대량 생산을 공언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미쓰비시는 조만간 트랜지스터에서부터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탄소나노입자를 대량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인 라이스대의 릭 스몰리가 운영하는 카본나노테크놀로지스는 연구를 위해 하루에 생산하는 나노물질의 규모를 현재 1파운드(453g)에서 1000파운드로 늘릴 계획이다.
스몰리는 “휴대폰, 자동차 문, 컴퓨터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나노입자는 폴리머로 봉합될 것”이라며 “나노 제품의 등장이 곧 대기중에 나노입자가 떠다니거나 음식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나노기술에 거는 기대는 점점 커져가고만 있어 앞으로 나노기술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