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통일의 씨를 뿌리는 법칙

 ◆류영달 한국전산원 정보화지원단 수석연구원

 

 최근 남북한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발한 교류가 전개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참여하는 남북통신협상이 개최됐고 남북합작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착공됐다. 또 지난 7일에는 12년 만의 통일축구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됐고 금강산에 이산가족면회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부산아시안게임에 318명의 북한선수단이 참가해 남북한 공동입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와중에 한양대학교의 두 교수가 여름방학 중 두달간 북한의 김책공대에서 김일성대학 및 김책공대 출신의 연구원 및 대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컴퓨터운용체계구현 등에 관해 강의를 했다. 이것은 이전과는 또다른 방식의 관계 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록 서해교전의 상처가 아직도 채 아물지 않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더 적극적인 상호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의 교류에는 아직도 많은 장애물이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의도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응을 두고 내부적으로 다양한 입장차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사실 지금도 대북지원과 관련해 일치된 국론이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북한선수단의 아시안게임 참가비용을 우리나라에서 모두 부담하는 데 대해 언론 및 인터넷에서 한바탕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90년대 이후 남북한의 관계는 화해와 대립을 교차적으로 반복해오고 있다. 그러다보면 우리의 대응자세도 상황에 따라 일관성을 상실하기도 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여론도 사안별로 달라지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이러한 혼선을 겪는 것은 남북한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남북한의 지속적인 관계발전을 위해 몇 가지 법칙이 정립돼야 한다.

 첫째, 남북교류는 상호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지원이나 일방적인 요구는 곤란하다. 상호관계가 지속적이고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상호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호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공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상호이익의 출발점이 IT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였을 때도 IT분야는 상대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것은 IT분야의 교류·협력이 가장 현실적이고 실효성있는 접근방법이라는 인식을 남북 모두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측의 자본력 및 상용화기술과 북측의 우수한 기초기술 및 노동력을 합칠 경우 커다란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이후 IT를 ‘강성대국 건설의 핵심’으로 삼기 시작해 국가 차원에서 관련기술 도입과 전문가 양성 등에 힘을 쏟고 있다.

 둘째, 씨를 뿌리고 난 후에는 때를 기다려야만 한다. 즉 무언가를 도모하고자 하면 열매를 맺을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공을 던졌으면 되돌아올 때까지 내부적으로 준비를 갖추고 진행경과를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IT와 관련한 대북접근에서도 단계별 수순을 밟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열악한 통신인프라와 IT장비를 고려할 때 이러한 기반시설을 향상시키는 것도 일정한 시간을 요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기본적으로 공존공영의 철학이 필요하다. 나의 반응이 어떠한가에 따라 상대방도 반응의 강도를 선택할 것이다. 남북한이 비록 한민족이라고는 하나 이미 오랫동안 분리돼 단절된 채 살아왔으며 그 분리는 체제든 삶의 양식이든 필연적으로 각기 다른 형태로 발전해서 유지돼온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를 파괴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공존공영의 틀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며 그것이 화해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부산아시안게임 참가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한이 손을 맞잡고 입장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거기에 오랫동안 준비된 우리나라의 IT가 화려하게 표출되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간의 기술교류가 확산된다면 스포츠의 역동성과 기술교류의 유연함이 어우러져 전세계에 감동을 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