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로마인 이야기1

 ◆강태헌 한국컴퓨터통신 사장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주저없이 루비콘 강을 건넜을 때 카이사르의 기세에 눌린 폼페이우스는 일단 로마를 벗어나 전력을 증강한 뒤 외부에서 카이사르를 압박한다는 전략으로 군사들을 이끌고 이탈리아 반도를 떠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더 많은 군사와 장비에도 불구하고 폼페이우스가 패한 원인은 바로 ‘로마의 힘’의 근거지인 이탈리아 본토의 기득권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비즈모델과 기술이 혼재하는 IT의 특성이 벤처기업을 위한 훌륭한 토양이 되는 만큼 창업과 흥망성쇠가 다른 산업 분야보다 유독 잦은 편이다 보니 증권 시장이나 벤처 투자에서 ‘대박’을 꿈꾸는 머니 게임도 그만큼 잦았다. 요즘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경쟁자를 압도하는 제품력이나 기술력도 없이 선진국 기업과의 MOU나 투자 유치 정도로 마치 해외 시장을 절반은 점령한 것처럼 과대 선전하거나 해외 지사 설립이나 나스닥 직상장이 사업 성공의 ‘보증수표’ 정도로 통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뛰고 있는 안마당인 한국이 외국 기업들로부터 첨단 IT사업의 바로미터로 인정받은 지 이미 오래 전일 만큼 우리의 IT산업은 기본 인프라부터 응용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발전했고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따라서 처음부터 ‘해외용’으로 개발된 솔루션이 아니라면 국내에서부터 철저하게 시장성을 검증받는 것이 사업 성공을 위한 ‘보증수표’가 될 것이다. 내로라 하는 선진국의 IT기업들이 이미 국내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그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생존의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과 제품이 해외에서 그들과 경쟁해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단 해외에서 힘을 다짐으로써 역으로 국내 시장을 일거에 장악하겠다는 ‘폼페이우스적 전략’보다는 치열한 국제 경쟁이 펼쳐지는 국내 시장을 먼저 뚫는 자생력을 키운 후 비로서 해외 시장을 넘보는 ‘카이사르적 전략’에 훨씬 매력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