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강국의 길

 우리의 수출효자품목이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산업이 2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가 최악의 불황에 빠져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더욱이 반도체 경기회복 시기를 놓고도 지금이 바닥이어서 조만간 회복될 것이라는 측과 그렇지 않다는 측 등 이견이 분분하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인 우리로서는 하루빨리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반도체 가격이 회복되면 그만큼 우리 경제의 주름살이 앞당겨 펴지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기업이나 국가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할 수밖에 없다.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금은 반도체 가격이 폭락해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반도체가 없었다면 우리가 무슨 수로 지난날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고속성장의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을까. 그런 점에서 반도체산업은 우리 경제 성장의 일등 공신이자 디딤돌이라고 할 수 있다.

 짧은 기간에 ‘D램 신화’를 만들어 메모리만으로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한 반도체업계는 올해 20주년 성년을 맞아 서울에서 한국을 비롯, 5개국 81개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9일부터 11일까지 한국반도체산업대전을 열어 한국 반도체산업의 현 주소를 조명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반도체산업이 한국 수출의 주역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날 정부와 업계가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도체산업 20주년을 맞아 냉철한 마음으로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인 반도체산업의 현주소를 재점검해 봐야 한다. 반도체가 언제까지 우리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처럼 반도체 가격이 계속 곤두박질만 한다면 무력수지 흑자달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상황을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반도체산업이 우리 경제성장의 엔진으로서 재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우리가 메모리 위주라는 점에서 비메모리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고집적 메모리인 고부가 제품 생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설비투자도 확대해 미래에 대비하고 기술개발에도 힘써야 한다.기술추세와 시장변동에 따라 위상 변화는 불가피한 일이다. 지금 우리의 제조기술 및 조립기술은 외국에 비해 앞서지만 기초기술과 설계는 여전히 경쟁국에 비해 한 수 아래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장비 국산화율은 16% 수준이고 전공정 부문은 7%로 저조하다.

 장기적으로는 반도체의 대를 이을 후속 군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128Mb SD램의 가격이 제조원가의 3분의 1도 못되는 수준으로 폭락하고 일본의 도시바가 메모리사업 포기를 선언한 것 등은 시장의 돌발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우리가 미래의 의외성을 염두에 두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자금난에 몰린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도 매듭을 지어야 할 일이다. 물론 반도체산업의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특성이 있긴 하지만 호황기만 기다린다면 무책임한 일이다. 다행이 반도체 경기가 호전된다면 그 이상 반가운 일이 없겠지만 회복이 지연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이닉스로 인한 파장이 메가톤급이란 점에서 정부와 업계 등이 지혜를 모아 현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성년을 맞아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