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고집적 분자 메모리 개발

분자를 조작해 데이터를 저장, 직접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분자 메모리가 개발됐다.

 로이터는 HP가 UCLA와 공동으로 1제곱미크론의 면적에 64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를 만들어냈다고 보도했다. 미크론은 100만분의 1m에 해당하는 크기이며 HP가 이번에 개발한 메모리의 단위 면적당 데이터 저장량은 최신 D램 메모리에 비해 약 10배 많은 것이다.

 특히 HP의 분자 메모리는 현재 리소그래피 반도체 생산 공정이 실리콘 웨이퍼 위에 몇 차례에 걸쳐 회로층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수주 또는 몇 달이 걸리는 데 비해 ‘원판(master·mould)’을 이용해 한번에 찍어내는 나노인쇄 기술을 사용, 메모리 제조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HP연구소의 양자광학실험실 펠로겸 이사인 스캔 윌리엄스는 상용화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면 5년 이내에 가능하며 10년 이내에는 틀림 없을 것”이라며 “아직 저장용량이 워낙 작아 당장 상용화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HP는 앞으로 이 메모리의 집적도를 15배 높여 ㎠당 100Gb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메모리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윌리엄스는 “새 메모리의 집적도는 향후 10년동안 D램 메모리가 도달할 수 있는 기록 밀도의 10∼100배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HP의 분자 메모리는 분자를 조작하는 나노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앞으로 10년내에 집적도 향상에 한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존 반도체 생산 기술을 대신해 무어의 법칙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반도체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

 HP의 분자 메모리는 극히 가는 백금과 티타늄선이 직각으로 교차하는 격자를 만들고 각 교차점 사이에 약 1000개의 분자를 가둬 정보저장의 최소 단위인 비트를 만들어냈다. 격자의 교차점에 백금선을 이용해 전류를 흘리면 분자가 반응해 0 또는 1의 상태를 만들어낸다.

 윌리엄스에 따르면 나노 규모 회로에서 분자 로직과 메모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P는 이 메모리가 전원 공급을 멈춰도 정보가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이기 때문에 첫 상용 제품은 현재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는 기기에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자 메모리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전력 소모를 줄이고 대량 생산 공정을 개발해야 하며 생산단가도 낮춰야 한다는 문제점이 남아 있지만 HP는 이같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