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디지털 혁명과 일자리

 ◆강순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shkang@kli.re.kr

 

 인터넷의 확산 등 정보통신기술의 변화와 함께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혁명은 경제는 물론 의식구조를 포함한 사회전반에 큰 변화를 몰아오고 있다. 디지털화에 따른 이러한 변화는 그 속도가 문제일 뿐 방향과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혁명이 우리 사회에 미칠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

 디지털경제는 전통적인 경제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구분된다. 하나는 네트워크의 발전에 따라 어떤 사람의 경제행위가 시장기구를 통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나 손해를 입히는 외부효과가 크며, 네트워크의 확산이 가입자들이 추가적인 비용없이 보다 많은 정보를 교환하거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이른바 수확체감이 아닌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인터넷 거래 등을 통하여 거래비용이 크게 감소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경제의 특징은 인력수요와 공급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은 그간 전통적 경제에서 중심을 이루어왔던 내부노동시장이 약화되고 평생직장 개념을 퇴조시킬 것이다. 기업형태가 관료적인 상용직 체계를 갖춘 대기업으로부터 자유계약자들이 전자 네트워크를 통해 한시적으로 결합되는 형태의 네트워크형 기업, 프로젝트 베이스 기업, 한시적 기업 등에 의해 대체되면서 대기업 내부의 노동시장은 약화되고 이에 따라 한 기업 내에서 평생의 직업경로를 완결지을 수 있다고 하는 평생직장의 개념은 퇴조하게 된다.

 이와 함께 빨라지는 기술과 제품 사이클 및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기업들의 외주의존이 증가하면서 인력공급의 유연화 및 외부 의존도 증가해 계약직·촉탁·파견·도급 등 비전형적인 고용형태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기업조직의 연성화 및 유동화, 기업의 내부노동시장 약화와 평생직장의 개념약화 그리고 직장탐색 비용의 감소는 노동이동을 증대시킬 것이다. 또 기업과 노동간 장기적 결합을 어렵게 할 것이며 이는 동시에 기업이 근로자에게 교육훈련을 제공할 인센티브를 줄이고 근로자들도 경력 경로와 관련하여 기업에의 의존성을 줄이면서 숙련 획득 및 향상에 있어 개인의 책임을 강화시키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일자리 창출·소멸에 따른 실업의 문제나 숙련불일치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디지털 격차를 포함한 계층간 양극화 및 빈부격차의 문제 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간 국내외의 고용효과에 관한 많은 연구들은 정보통신기술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결론에 대하여는 반드시 동의하고 있지 않다. 정보통신기술이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반면에 증가시키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대체적인 결론은 정보통신의 노동절약적 기술이 제품혁신과 마케팅 전략 등과 결합한다면 수요의 증대를 통해 일자리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험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2, 3년 간의 추이만을 가지고 볼 때, 벤처 붐이라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기는 하였지만 중소벤처부문이 재벌기업의 일자리 감소를 상쇄하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디지털혁명이 초래할 수 있는 다른 부정적 측면, 즉 디지털격차의 확산과 이것이 초래할 소득불평등의 심화에 대하여는 국내외 모두 우려하는 측면이다. 디지털경제에서 노동수요는 지식 근로자, IT분야 근로자를 중심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IT 숙련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간 소득격차는 확대된다.

 최근까지도 유럽의 경우 고실업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저학력·저숙련 근로자들의 장기실업화 비중이 높다는 점과 노동시장이 유연한 영국과 미국에서조차 새로운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어 실업률이 하락하고 있으나 소득격차, 특히 학력간 소득격차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화가 진전될수록 이와 같은 임금 및 소득격차를 발생시킨 시장의 힘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 디지털시대에는 소득격차로부터 파생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