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연쇄적으로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과 2차 남북경제협력위원회에서의 합의 성과에 힘입어 남북 IT교류·협력 사업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협력사업으로 꼽혀온 평양·남포 일원에서의 CDMA 이동전화 사업은 ‘외부’에 쳐놓은 그물망에 걸려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 6월 사상 첫 통신회담을 열고 남북이 합의했던 이 사업은 통신과 IT교류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물론 남북경협 전반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서해교전 사태로 2차 통신회담이 연기되더니 급기야는 ‘바세나르협정’이라는 대북 전략물자 반출제한제도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컴퓨터 등 고민감 품목의 대북 반출을 봉쇄하고 있는 이 협정을 들어 자국의 퀄컴이 원천기술을 가진 CDMA 이동전화 장비의 반출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CDMA 이동전화 장비 등의 반출에 대해 미국 정부가 한때 간접적으로나마 긍정적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 표명이 없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CDMA 기술의 대북 진출이 물거품이 되지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이지고 있다.
CDMA건 외에도 북측과 합의안을 이끌어낸 수많은 사업계획들 역시 바세나르협정 등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하거나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바세나르 협정 등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북측도 남측에서 제공한 CDMA 등의 통신장비가 군사 목적에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간 통신협력은 북측이 필요로 하는 통신 인프라를 개선해줄 뿐만 아니라 교류를 가로막는 물리적장애를 해소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통신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서는 민간차원의 IT협력의 활성화와 확대는 힘들 수밖에 없다.
모처럼 남북이 합의를 이끌어낸 유무선 통신 교류가 외부의 정치적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결실을 맺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