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가전 시장을 장악하라.
PC와 소프트웨어 등 기존 IT 시장이 장기간의 판매 침체를 겪으면서 주요 IT 업체들이 최근들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DVD플레이어, DVR 등과 같은 디지털 가전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휴렛패커드(HP) 등 분야를 불문하고 IT 선두 업체들이 가전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인텔은 지난주 필립스일렉트로닉스와 가전제품용 반도체 및 부품 설계 분야에서 상호 협력키로 했다. 인텔은 그동안 경비 절감 차원에서 가전 등을 비롯한 비주력 부문을 정리해왔었으나 이번 제휴로 가전 시장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비디오게임기인 X박스를 선보이면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발을 담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는 11월 2일 X박스용 DVD 변환 키트의 무료 공급에 들어간다. 이 키트는 X박스를 DVD 플레이어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마존은 지난달 제니스일렉트로닉스와 제휴한 데 이어 소니와도 협력키로 하는 등 가전 업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제니스의 제 1의 온라인 대리점으로 TV, DVD 플레이어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게 되며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와 미니디스크 리코더 등도 다루게 된다.
휴렛패커드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PC를 휴가 시즌에 맞춰 내놓을 계획이다. 이 PC는 DVD 플레이어, CD리코더, TV, 디지털 주크박스 등 다양한 디지털 가전제품의 기능을 갖추었다. HP는 이전에도 이같은 기능을 일부 PC에 포함시켜왔으나 전용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용 PC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IT 기업들이 디지털 가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플라이언스매거진의 통계에 따르면 DVD플레이어 판매는 올해 작년대비 4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가트너에 따르면 디지털 카메라 판매는 올해 작년대비 3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부사장인 프랭크 사도우스키는 “유통과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디지털 가전분야는 놀라울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일명 ‘테크 붐’ 기간동안 12%의 연평균 성장세를 보였던 일반 가전 판매는 올해 2% 성장에 머물 것으로 미 가전협회(CEA)는 예상하고 있다. 또 가트너는 비즈니스용 PC 판매는 올해 예년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메타그룹의 기술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71%의 응답자들이 올해 기술 예산이 지난해와 같거나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답해 앞으로도 IT 분야의 침체와 디지털 가전의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CEA는 디지털 가전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경기 침체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이 경비가 많이 드는 여행을 미루고 집에서 보내는 데 필요한 가전제품에 돈을 지출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CEA의 애널리스트인 신 와고는 “디지털 가전 판매는 대중 시장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9·11 때문에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IT 기업들이 대거 디지털 가전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소비자들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인스탯/MDR의 애널리스트인 브레인 오루크는 “낮은 가격의 제품을 보다 많이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