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저녁 KT파워텔(대표 홍용표)이 아남텔레콤(대표 조보준)을 흡수합병키로 함에 따라 주파수공용통신(TRS) 단일사업자 시대가 열렸다. 본지 지난 12일자 7면 참조
이에 따라 KT파워텔은 통신사업자의 최대 자산인 주파수를 추가확보하는 한편 전국망을 가진 단일사업자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아울러 96년 이래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TRS시장의 구조조정이 완료됨에 따라 같은 과정을 거친 뒤 무대 뒤로 사라지다시피한 무선호출(삐삐)의 재판이 될 것인지, 특화된 서비스로 틈새시장을 장악하는 서비스가 될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전국망 단일사업자 KT파워텔=KT파워텔이 이번 흡수합병에서 얻은 것은 통신사업자의 최대 자산인 주파수다. 현재 4100여명 남아 있는 아남텔레콤의 가입자는 그 수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기술방식이 서로 달라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서울TRS와 공동사용하는 40채널(1㎒)을 포함, 총 220채널(6㎒)을 확보하고 있는 KT파워텔은 아남텔레콤의 80채널(2㎒)을 더해 300개 채널(8㎒)을 확보하게 된다. 홍용표 사장은 “아직 할당이 안된 TRS용 주파수까지 포함해 10㎒를 확보할 것”이라며 “10㎒ 주파수면 최대 500만가입자까지 보다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삐삐의 재판?=한때 유망 통신사업으로 주목받다가 한계에 봉착, 잇단 사업자 이탈에 이어 단일사업자 체제로 들어선 과정은 무선호출사업자와 유사하다. 한때 1500만가입자를 자랑하던 무선호출시장은 현재 전체 통신시장의 0.3%(7월 현재 가입자수 17만6532명)만을 점유한 ‘사라져가는 서비스’로 추락했다. 점유율 0.4%(19만2408명)인 TRS시장도 이동전화(셀룰러폰과 PCS)의 그늘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TRS는 무선호출과 차이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동전화의 문자·음성메시지가 무선호출서비스의 대체재로 등장해 무선호출의 몰락을 가져왔지만 TRS의 그룹통화 기능은 물류·교통·기업시장에 특화된 서비스이므로 보완재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염용섭 통신방송정책연구실장은 “TRS의 그룹통화 기능은 이동전화에 비해 우등재로 해석할 수 있다”며 “특화된 틈새시장을 찾아 TRS를 확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틈새공략 계획=홍용표 사장은 “아남텔레콤 흡수합병에 따른 사업계획을 짜고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KT파워텔은 이동전화와의 전면충돌을 피하는 대신 틈새를 공략하고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KT파워텔은 한정된 지역에서만 통화하는 자가망 사업자들과 공공기관에 자사의 서비스로 전환할 것을 제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전화(VoIP)와의 결합을 시도, 외국인노동자 등 특화된 소비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회사관계자는 “월드컵이나 재난구호 활동시 파워텔 단말기를 지원해 이용토록 하는 등 서비스의 존재가치를 높였다”고 말했다. 특히 9·11테러 이후 비상통신망의 단일화가 국제적 추세인 가운데 유일한 전국단일망인 파워텔망의 효용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아직 도로 중심으로만 통화권이 구성돼 있어 망에 대한 추가투자가 절실한 가운데 투자유치 방안과 망 확대 방안이 KT파워텔의 숙제로 남아 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