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지쯔가 부품결함이 드러난 자사 하드디스크드라이버 30만대를 무상 교환하는 리콜을 실시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후지쯔는 이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무료로 교환해 주는 데 100억엔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하드디스크는 2000년 9월에서 이듬해 9월까지 생산된 제품 중 일부로서 후지쯔뿐 아니라 NEC, IBM재팬 등에도 납품됐다. 후지쯔는 이 하드디스크들이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장시간 사용할 경우 컴퓨터의 오작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NEC, IBM재팬, 히타치 등 이 기간에 후지쯔로부터 하드디스크를 납품 받아 PC를 생산한 업체들도 하드디스크의 무료 교환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최근 후지쯔가 이들에 대한 하드디스크 공급을 중단함에 따라 다른 기업의 제품을 쓰고 있다.
대기업 제품에서 이러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이들 기업이 주요 부품을 자체 조달하기보다 외부업체에 의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핵심 부품들을 복잡한 공급망에서 조달하다보니 품질 관리에 허점이 생기게 된 것이다. 컴퓨터 업체들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광학저장장치, LCD 모니터 등을 세계 각지의 기업에서 공급받는 것은 비용 절감 때문이다. 가격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품질 관리의 어려움을 무릎쓰고 범세계적인 공급망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며 볼멘 소리를 하면서도 섣불리 후지쯔에 책임을 돌리지 못 하고 있다. 핵심 부품을 경쟁사에 의존했다는 것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데다 자신들도 언제든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자사가 구축한 자위대 전산시스템의 자료 해킹 사건이 터진 지 한달 만에 다시 리콜 사태로 이미지를 구긴 후지쯔라고 지적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