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을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친다.”
지난해 모 IT기업이 바이오사업에 진출했다 최근 18억원대의 손실만 입고 사업을 정리한 일을 두고 바이오인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최근 몇몇 IT기업들이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바이오를 채택,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바이오인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바이오는 IT산업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이오 산업은 몇 달 간 밤새워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성과를 내는 IT산업과 달리 세포가 자라는 데 걸리는 일정한 시간을 인내로 기다려야 하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충당해야 한다. 한마디로 IT는 누가 먼저 시장에 맞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관건이지만 바이오는 누가 더 오래 인내하고 자연현상을 밝혀 상품으로 내놓는가 하는 인내심이 더 필요하다.
최근 바이오 진출을 선언한 기업들이 이런 생리를 정확히 알고 바이오 분야에 진출했는지 의심스럽다. IT시장 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기업이 최소 5∼6년 이상 걸리는 바이오 상품 연구기간을 참아낼 수 있을까. 현재 IT시장에서 조차 이렇다할 대표 제품을 갖고 있지 않고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기업들이 바이오로 성공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그래서 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미국이나 선진국에서 상용화 직전에 있는 바이오 연구개발품을 들여와 사업을 하겠다는 속내를 들어낸다. 연구는 안 하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제품을 사다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최근 18억원을 날린 모 회사도 이런 방법을 구사하다 엄청난 손실만 입고 사업을 접은 것을 보면 이런 방법도 그리 변변치만은 않은 것 같다. 바이오산업은 단순히 제품을 들여다 팔 수 있는 유통업이 아니다. 인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익을 추구하는 사업이다.
바이오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를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이오의 생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인내할 줄 아는 모습을 기대할 뿐이다.
<산업기술부·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