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예보·유전자 분석·핵실험 같은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슈퍼컴퓨터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다중 파이프라이닝(pipelining)과 벡터처리 기능을 갖춘 상업용 슈퍼컴퓨터가 1970년대 등장한 이래 슈퍼컴퓨터는 계속해서 속도를 ‘슈퍼’로 높여왔다. 어제의 최고속 슈퍼컴퓨터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슈퍼컴퓨터에 ‘최고속’ 자리를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IBM의 기술 평가 및 서버 그룹 디렉터인 조엘 텐들러는 “슈퍼컴퓨터가 지니고 있는 현재의 장벽은 가까운 시일안에 해결될 것이다. 과거에도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슈퍼컴퓨터의 속도 벽을 정복해왔다”며 “슈퍼컴퓨터의 속도를 높이는 데 있어 장애 중 하나는 바로 경제적 요인”고 밝혔다. 그는 “전력소비, 열발생 같은 물리적 기술 외에도 개발 비용과 채산성 등이 슈퍼컴퓨터의 진보를 더디게 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문제는 돈이다. 슈퍼컴퓨터 고객들이 얼마만큼의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냐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슈퍼컴퓨터의 기술은 계속 진보하고 있는데 일례로 IBM은 불과 2년전에 12.3테라플롭스 슈퍼컴퓨터를 개발,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속제품으로 화제를 뿌렸지만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는 현재 이보다 2.5배나 빠른 30테라플롭스의 ‘Q슈퍼컴퓨터’를 운영하고 있다. 1테라플롭스는 일초에 1조회의 수학적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즉 ‘Q슈퍼컴퓨터’의 처리속도는 60억의 지구상 모든 사람들이 초당 5000회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IBM, HP, 크레이 등 컴퓨터업체들은 국방·생명공학 같은 분야를 노리고 슈퍼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들 관계자는 슈퍼컴퓨터가 결국 100테라플롭스 이상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로스앨러모스 대변인 짐 대니스키올드는 “우리는 이미 200테라플롭스 슈퍼컴퓨터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우리 연구소에 설치된 현재의 슈퍼컴퓨터는 1990년의 세계 최고속 슈퍼컴퓨터보다도 약 6000배나 빠르며 또 1980년대 최고속 슈퍼컴퓨터와 비교하면 15만배나 빠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의 슈퍼컴퓨터 속도 장벽을 넘는 데 있어 나노와 분자컴퓨터 기술이 또 다른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