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컴퓨터통신 사장 강태헌 thkang@unisql.com
고3 아이가 있는 관계로 특별한 약속이 없는 주말이면 둘째 아이와 시내 나들이를 자주 하는 편이다. 대학 입시가 코앞이라 수험생이 아닌 기타(?) 가족은 옆에서 사라져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로 라면·떡볶이 같은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같이 즐기면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눈길을 끄는 영화 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요즘만 놓고 보면 동년배들 수준에서 비교해 볼 때 영화를 꽤 자주 보는 편이다.
사실 영화 시장이 개방되기 시작했을 때 이제 국산 영화는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자본력에 힘없이 무너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국인의 정서와 심리를 꿰뚫는 차별화된 스토리 구성을 바탕으로 첨단기술을 동원한 완벽한 효과, 고도의 촬영기술 등을 통해 당당하게 ‘할리우드’와 경쟁을 벌이고, 때론 그들을 맥을 못추게 만드는 것을 볼 때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그런 경쟁력을 쌓아올린 영화인들에게 박수를 치곤 했다.
얼마 전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이 만든 ‘오아시스’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후보로 비중있게 오르내리다 결국 감독상을 포함, 5관왕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해외 영화제에서 큰 상을 탄 것도 놀랄 일이지만 그보다도 그가 평소 철저하게 상업성을 배격하는 감독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역시나 장애자와 전과자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그의 ‘소신과 뚝심’에 놀란 것이다.
이창동 감독이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늦깎이로 소설가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을 시도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그를 말렸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니스 영화제를 통해, 그리고 지금 개봉된 ‘오아시스’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통해 한국 영화를 이끄는 주요 감독으로 우뚝 선 그는 분명 오아시스에서 꽃을 피운 벤처 영화 감독이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영화,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이번 주말에는 ‘벤처 영화 감독 이창동’을 만나는 아주 특별한 의미로 ‘오아시스’를 관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