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이산가족과 `사이버추석`

 ◆김주진 KT 통신망연구소 chaoskjj@kt.co.kr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 지난 여름과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발생한 수재 등 전국이 뒤숭숭한 분위기임에도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 것이 초가을의 분위기를 알려준다.

 가을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저 달만 차면 추석인데 하고 기대하는 아이들에서 세월이 흐름을 탄식하는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명절이 다가오면 어느 정도 가슴이 설레게 된다. 그것이 우리 민족의 전통이며 몸에 배인 풍습이다. 특히 지난 7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남북 통일 축구대회’와 13∼18일 금강산에 열린 제5차 이산가족 상봉 등을 보고 많은 이산가족은 50여년의 얼음벽을 녹이고 있는 햇볕의 따사로움이 반가우면서도 너무 늦다는 느낌을 거졌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북한에 생존해 있는 혈육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한 번에 100명씩 이제 다섯 번이니 500명 정도 만났는데 이 상태로 계속 된다면 언제 내 차례가 될 수 있겠나” 하는 걱정이 앞서 복잡한 심정이 될 것이다.

 지난 83년 한국의 한 방송국에서 주관한 이산가족 만남의 장에서 우리는 많은 혈육을 상봉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산가족이 방송국에서, 여의도광장에서 광고판을 붙이고 방송출연을 위해 순서를 기다린 것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정보기술이 오늘날만큼 발전했더라면 이런 기다림 없이 인터넷 접수와 데이터베이스 검색만으로도 보다 많은 사람이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 진행되고 있는 남북한간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과 가족 상봉 절차를 보면 다소 차이는 있지만 83년 당시와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먼저 남한과 북한이 사전에 약속한 숫자에 맞춰 후보자를 선발하고, 그 후보자들의 자료를 상대방에 통보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게 된다. 또 그 가운데서도 상봉대상자를 선발해 상봉하도록 하는 과정이 빠르게 발전하고 움직이는 현대사회 생활과 비교할 때 더러는 약간 답답하게 느껴진다. 물론 절차상의 문제, 정치적인 고려사항 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처리 과정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현재 남한과 북한에 각각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이고 컴퓨터나 인터넷 등 정보기술 분야와는 거리가 있는 세대지만 이제는 이산가족 만남의 과정에 세계 최고의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남한의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관계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산가족 영상만남과 같이 기술적인 문제가 없는 내용들의 도입은 양국이 정치적·인도적 관점에서 결단을 내리면 이른 시일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영상화면을 통한 이산가족의 만남은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기반 시설을 확보하고 있는 남한과 정보산업 활성화를 통해 경제난을 극복하려는 북한 측의 요구사항이 서로 일치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상봉과 생사 확인을 원하는 이산가족의 희망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금강산 적십자 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역사적인 남북한 이산가족 면회소가 운용되면 곧바로 이산가족간 영상만남의 장소를 만들고 영상만남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영상만남이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는 만남이라면 이를 사이버공간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남북 이산가족간 상봉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남북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그렇다 하더라도 내년 이후 추석에는 남북한의 이산가족이 사이버공간에서라도 함께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는 사이버추석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