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마이크로프로세서로 미래의 시장을 선점하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PC 시장이 포화 단계에 이르면서 어려움에 처한 인텔이 통신·네트워킹 등의 각종 부가 기능을 통합시킨 다기능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전면에 내세운 생존 전략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텔은 아날로그 반도체의 일부 기능을 디지털 프로세서에 통합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발표했다. 또 인텔은 이에 앞서 이달초 열린 인텔 개발자회의에서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갖춘 노트북 전용 프로세서인 ‘배니아스’를 이미 PC 업체들을 대상으로 납품에 들어갔다고 밝혔었다. 인텔은 내년 상반기에는 무선 네트워킹 표준인 802.11b와 802.11a를 지원하는 PC 칩세트인 칼렉시코(코드명)도 내놓을 예정이다.
인텔이 PC는 물론 PDA, 휴대폰 등 각종 전자제품으로 어느 곳에서든 인터넷이나 기타 네트워크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다기능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생존전략으로 추구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90년대 말부터다.
인텔은 지난 99년 이후 지금까지 30여개의 기업을 인수했는데 이중 대부분이 다기능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에 필수적인 통신 반도체분야의 업체다. 또 인텔은 새 전략의 핵심 부서인 통신그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미래의 CEO감으로 손꼽히고 있는 신 말로니가 총괄하도록 했다. 말로니는 현 CEO인 크레이그 배럿의 후계자로 알려진 현 사장 겸 COO 폴 오텔리니를 대신해 CEO 자리를 꿰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인물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인텔의 다기능 마이크로프로세서 전략은 사업 다각화의 측면보다는 결국 더욱 많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판매하기 위한 의도라고 풀이하고 있다.
웨드부시모건시큐리티스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우는 “인텔은 핵심 사업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며 “인텔의 새 전략 뒤에는 보다 많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팔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인텔의 다기능 마이크로프로세서 전략은 어떤 형태로든 개별 기능 반도체 업체들, 특히 아기어시스템스와 인터실 등과 같은 무선 LAN 업체들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인 조 오샤는 “인텔은 모바일 컴퓨팅을 핵심이라고 보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스타벅스 매장과 공항 등의 공공장소에 무선 LAN이 보급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얼라이드비즈니스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인 내빈 사바왈은 “만일 인텔이 뛰어들면 이들은 더욱 어려운 경쟁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사이트64의 최고 애널리스트인 나단 브룩우드도 “무어의 법칙이 반도체에 보다 많은 기능을 집적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개별 기능을 제공하던 업체들은 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텔의 다기능 프로세서 전략의 성패를 미리 점치기는 이른 상황이다. 아직까지 인텔이 모든 전략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 그동안 무선 반도체 분야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바왈은 “(새 전략은) 반도체의 가격과 성능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인텔은 지금까지 무선 반도체 분야에서 참담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