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디지털환경의 변화와 소리바다

 ◆윤선희 한양대 법대 교수 shyun@hanyang.ac.kr◆

21세기는 ‘정보기술(IT) 시대’라고 한다. IT시대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인터넷 시대’라고 혼용하기도 한다.

 IT분야의 기술적 발전에 힘입어 예전에는 공연장에 가거나 테이프·CD 등을 구입해야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매체를 구입하지 않고도 원하는 음악을 손쉽게 무료로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아날로그 시대엔 감히 생각할 수 없었던 일들을 실현하면서 현대인들에게 편리를 약속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법적인 문제들을 야기시켰다.

 지난 7월 성남지방법원이 ‘소리바다’라는 음악파일(MP3) 공유 사이트에 대한 ‘음반복제 등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 법원 판결에 대한 찬반양론이 번지고 있다. 법학자 입장에서 볼 때 이번 문제는 아날로그 시대 법체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문제이기 때문에 구시대적인 현행법 체계가 갖는 한계는 명확하다. 우리나라의 소리바다보다 먼저 사회적 공방과 법적 문제로 번졌던 미국의 냅스터(Napster) 사건을 한 예로 살펴보겠다.

 냅스터 사건은 지난 98년, 세계적인 음반업체들을 대표하는 미국음반협회(RIAA) 소속 18개 음반회사가 모여 음악파일 무료 다운로드 사이트를 운영하는 냅스터를 상대로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수년간 지루하게 이어진 법적 공방끝에 지난해 7월, 결국 냅스터는 사이트를 폐쇄하는 데 이르렀다. 폐쇄 판결을 낸 데 대한 법원의 이유는 냅스터사가 직접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았으나 사용자들로 하여금 저작권 침해를 쉽게 하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미 연방지방법원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결론짓고 저작권자가 권리주장을 하는 모든 곡을 삭제하도록 냅스터에 명령했다.

 우리의 경우 소리바다 소송 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소리바다’와 미국의 ‘냅스터’는 서비스 제공방법(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 사안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소리바다 서비스는 P2P방식의 냅스터 서비스와 달리 MP3 음악파일들의 색인(index)을 서버에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 좋은 예가 그누텔라(Gnutella) 방식이며, 소리바다의 개발자 역시 스스로 소리바다를 냅스터와 그누텔라의 중간 형태로 설명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하이브리드 방식인 냅스터 서비스와 달리 그누텔라 방식은 중앙서버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MP3 파일뿐만 아니라 다른 파일도 공유하고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는 특징이 있다.

 P2P 방식이 하이브리드 방식이든, 그누텔라 방식이든 이런 새로운 기술로 인해 등장하는 순수한 어떠한 방식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청소년들이다. 문제는 그것을 이용하는 행위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죄의식없이 이를 사용해 왔으며 관행이 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들에 대한 법적 규제나 처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법원 판결은 음반업계가 직접적인 침해자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하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해당 서비스자에게 간접적인 책임 또는 기여책임을 묻겠다는 법원의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런 법원의 강제 조치보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산권리자인 음반업계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얻게 된 저작재산권의 손실을 막기위한 조치들은 당연한 권리행사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재산권자들이 복제기술이 발달한 지금의 기술 환경을 무시한 채 어떠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불법복제에 대한 기술적인 보완을 강구하지 않은 채 저작물을 무한정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음반업계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 중 하나로 대부분 젊은이와 청소년이 주고객층인 음반물 판매 시장에서 불필요한 가격 거품을 빼고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