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인텔의 PC와 가전 연결 전략 성공할까

 디지털 콘텐츠를 PC에서 TV, 스테레오 시스템 등 가전제품으로 보내지 못하는 것은 현대 미국인의 생활에 남은 한가지 모순이다.

 기술 애호가들은 점점 더 많은 디지털 음악, 스틸 이미지와 비디오를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거실에서 웅장한 오디오와 대형 스크린 TV 그리고 안락한 소파에서 이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정작 프로그램을 PC에서 안방의 가전제품으로 옮길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인텔이 지난주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선보인 새 프로젝트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표다. 인텔은 관련 신제품을 1년안에 개당 99달러에 시판한다는 목표다.

 이 제품은 모든 셋업 절차가 자동으로 이뤄져 컨설턴트나 젊은 기술진에게 부탁할 필요도 없다. 단지 비디오카세트 크기의 어댑터 박스를 적, 백, 황색 커넥터가 있는 표준 AV 케이블이 달린 TV, VCR, 스테레오에 연결시키기만 하면 된다.

 이 어댑터는 기존 TV와 스테레오 시스템에서 기능하도록 설계돼 새 장비를 설치하거나 별도의 선을 연결할 필요도 없고 소파에 앉아서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다. 또 표준 리모컨으로 쉽게 조작하도록 TV에 온스크린 메뉴를 제공해준다. 음악을 선택하면 PC 하드드라이브에 저장된 모든 MP3나 윈도 미디어 오디오 파일 디렉터리를 볼 수 있고 그림을 클릭하면 자동 슬라이드쇼처럼 영상압축 프로그램의 JPEG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이 기술에도 몇가지 결점은 있다. 내년에 나올 어댑터는 비디오를 위한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가 충분치 못해 영화 등 비디오를 볼 수 없다. TV에서 영화를 보려면 다른 기술을 이용하거나 2세대 어댑터가 나올 때까지 1년 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또 한가지 흠은 인텔이 이 계획을 지원한다는 사실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새 PC를 사야만 한다는 점이다.

 홈 컴퓨터와 가전제품간 단절문제에 도전한 회사는 인텔이 처음은 아니다. 수십가지의 디지털기기가 상시 데이터를 공유하는 ‘미래의 디지털 거실’ 아이디어는 과거 10년 동안 열린 하이테크 전시회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을 비롯한 업계 거물들이 기조 연설에서 이를 줄곧 언급해왔다.

 이 디지털 거실 구상은 말에 그치지 않고 구체화돼왔다. MS, 델, 휴렛패커드(HP) 등 대형 하이테크 업체와 규모가 더 작은 많은 업체가 몇년 동안 이와 관련한 하드웨어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이용하기 까다로운 데다 셋업 절차도 복잡해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일부 업체는 제품 판매가 부진하자 조용히 뒤로 물러났고 지금은 틈새시장을 노린 업체와 신생업체만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들 제품에 만족하지 못한 이용자들은 다른 길을 찾아냈다. 수백만명이 MP3 파일을 대형 휴대형 카세트와 스테레오 시스템으로 옮기기 위해 정기적으로 CD를 굽고 일부는 스틸 이미지와 비디오를 비디오CD나 DVD디스크에 입력시켜 홈 DVD플레이어로 이를 시청했다. 하지만 대부분 가정은 아직까지 PC와 가전제품을 실시간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인텔은 개발에 수년이 걸리고 고가의 새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신기술 대신 만국 공용의 표준인 이더넷 네트워킹과 인터넷 프로토콜을 토대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인텔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기기들이 상호인식하고 통신하도록 설계된 ‘UPnP(Universal Plug and Play)’라는 기술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인텔은 또 자사 청사진을 앞당기고 사용될 어댑터에 자사의 임베디드 프로세서인 ‘X스케일’이 쓰이도록 쐐기를 박아놓으려고 ‘레퍼런스 디자인’도 제작했다.

 델, 게이트웨이, 중국 최대 PC 판매업체 레전드, 대만 최대 컴퓨터 부품 공급업체 미택(Mitac) 등이 지난주 이 디자인에 따라 생산된 시제품을 선보였다. 소니는 이미 비슷한 제품을 개발했으며 ‘룸링크’라는 이름으로 올해 내수 판매할 예정이다.

 인텔은 비슷한 어댑터를 앞으로 생산할 스테레오 제품과 DVD플레이어, TV에 직접 내장시키도록 가전제품 업체 설득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각 사의 시제품에는 모두 재래식 유선 이더넷 포트가 달려 있지만 인텔은 유선보다는 무선쪽에 중점을 두고 프로젝트의 명칭도 ‘확장 무선 PC 이니셔티브’라고 정했다. 1세대 어댑터의 사양에는 802.11b가 포함됐으며 비디오가 가능한 차세대 어댑터는 속도가 더 빠른 802.11a 무선 기술에 기반을 두게 된다.

 최근 수년동안 생산된 PC에는 기본적으로 USB 포트가 달려 있고 비교적 최신 윈도 버전을 채택한 경우 와이파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인텔 전략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구형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인텔 중역들은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PC가 1개 이상의 디지털 미디어 어댑터를 지원하려면 처리용량이 아주 높아야 한다며 ‘확장 무선 PC 계획’이 새 PC의 수요진작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인텔은 실제로 디지털 미디어 어댑터의 시판시점을 차세대 펜티엄인 ‘프리스캇’이 출시되는 내년 하반기로 맞추고 있다.

 인텔의 이 같은 기술 개발 청사진이 실현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인텔은 과거 여러 회사가 참여하는 개발 전략을 주도해 PCI, AGP 슬롯, USB 포트를 포함한 PC 플랫폼에 향상된 기술을 적용시킨 일이 많지만 인텔의 시도가 늘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인텔의 새 청사진이 특히 UPnP에 의존하고 있는 점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한 실리콘밸리 전문가는 “UPnP는 작업량이 많고 아주 복잡하고 설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이 옳다면 소비자들은 디지털 음악과 이미지를 안방에서 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몇년 동안은 CD를 구으면서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