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미디어 손학락 사장
DVD는 문화산업인 동시에 디지털산업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새로운 변화인 만큼 생활의 여유와 매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산업이다. 최근 인터넷 검색을 하다 전자관련 신문기사를 보니 DVD란 단어가 검색어 순위 4위에 올라 있었다. 올 상반기만 해도 검색어 순위 1∼2위를 맴돌던 DVD가 이제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매체가 돼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러나 DVD라는 매체를 이해하고 즐기는 사람들은 20∼30대에 편중돼 있다. 그만큼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이루는 세대의 분리가 확실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DVD 대중화는 언제쯤 가능할까. 비디오라는 매체가 현존하는 한 DVD시장의 확대를 단시간내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DVD판매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비디오에는 미치지 못하며 DVD 대여의 경우도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DVD타이틀 출시편수가 비디오를 앞지르고 있지만 여전히 신작 영상물의 경우 비디오 출시가 더 우위에 있다.
DVD의 대중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원인을 한가지 꼽자면 DVD를 이용하는 세대의 이해도와 연관이 있다고 하겠다. 전체 가구수의 98% 이상 보급된 VHS(비디오)는 작동원리가 쉬워 어린아이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DVD는 보다 높은 수준의 적응력을 필요로 한다. DVD가 온 가족이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툴이 되기 위해서는 가격문제와 함께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DVD 대중화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DVD플레이어의 보급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말까지 80만대 정도가 보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전체 가구수의 5%에 해당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전체 가구수의 10% 정도가 DVD플레이어를 보유하는 때가 DVD 대여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PS2, DVD플레이어, DVD롬 순으로 DVD관련 하드웨어가 보급된 일본과는 달리 국내의 경우 DVD플레이어, DVD롬, PS2의 순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월드컵 이후 디지털가전, 특히 디스플레이 부문의 판매량이 200%를 넘었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포스트 월드컵 특수가 DVD관련 하드웨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디지털 위성방송 가입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디스플레이 부문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기존 오디오 제품시장도 1% 성장에 그치던 것이 DVD홈시어터가 판매되면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오디오와 DVD가 일체형으로 이루어진 홈시어터의 판매량은 무려 14%나 성장했다. 특히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DVD시장 역시 여행, 레저,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분야와 함께 더욱 활기를 띨 것이 분명하다. DVD업체들도 이 같은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며 성장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DVD가 갈 길은 멀다. DVD를 이해하고 인식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공짜로 제공되는 DVD 잡지부록을 보면 성장하는 DVD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국내 중소 DVD제작업체로서 그나마 이러한 시장을 유지하는 것은 90%가 메이저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생존전략이다. 이 상황에서 소비자 가격을 낮춰 보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가격 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절대선이겠지만 기존 유통체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국내 DVD타이틀 제작사로서는 여러 가지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국내 DVD의 전반적인 발전과 보급을 위해서는 모든 관련업 종사자들이 하나된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DVD산업을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올 가을에는 풍요로운 결실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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