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보안전문가와 프라이버시 보호주의자들은 지난해 9·11 미 테러사태 1주년이 지난 현재 미 전역에 설치된 비디오카메라가 급증했다고 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워싱턴 기념비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이같이 감시의 ‘전자 눈’이 번뜩거리며 지켜보고 있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비디오카메라 이외에 생체 얼굴인식기술이 비디오 감시시스템과 나란히 현재 프레스노 국제공항, 버지니아 비치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지역에서 시범 운용되고 있기도 하다.
미 최대 비디오 감시장비 공급업체인 펠코의 론 캐들 임원은 “우리 사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며 “지난해 테러 공격 후 재산과 상품만을 지키기 위해 비디오 감시장치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백화점 같은 곳에서 테러범이나 범죄자를 찾아내기 위해 비디오 장치를 이용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프라이버시 옹호론자들은 이처럼 비디오 감시 증가추세가 미국을 ‘빅 브러더 국가’로 바꿀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9·11 테러가 ‘감시 사회’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의 제이 스탠리는 이에 대해 “테러 위협을 빙자해 테러와 관련없는 일을 정당화하려는 일이 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비디오 감시카메라는 60년대 은행 등 상용 건물에 설치되기 시작했으나 가격이 훨씬 싸지고 해상도가 좋은 디지털카메라 기술발전으로 최근 10년 사이에 급격히 확산됐다.
보안업계는 지난해 9·11 테러 공격 이전에도 미국의 감시 카메라가 200만대 이상 설치되고 연간 400억달러 규모의 보안산업에서 비디오 장비 구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일단의 감시반대 활동가들은 이에 따라 지난 98년부터 맨해튼 지역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를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이후 뉴욕 금융가에 새로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40%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주립도서관 조사국이 작성한 2002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테러 공격후 폐쇄회로 비디오 감시카메라와 관련 기술이 급속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한 보고서는 비디오 장비로 공공장소를 감시하고 얼굴인식기술로 테러 용의자를 적발하는 것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9·11 이후 교량, 공항 등 테러 공격 대상이 될 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비디오 보안장치가 새로 설치되거나 증설됐다. 오클랜드 국제공항의 경우 60개의 구형 감시카메라가 철거되고 대신 고해상도의 디지털 컬러카메라, 컬러모니터,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가 새로 설치됐다.
올초 워싱턴시 관리들은 의사당 지역에 설치된 12대의 카메라를 모니터하고 워싱턴시 다른 지역의 비디오 감시 카메라망과 접속할 수 있는 첨단 중앙감시통제센터를 가동시키기도 했다. ACLU와 전자 프라이버시 정보센터(EPIC:Electronic Privacy Information Center)는 이 시스템이 “시민의 권리침해에 이용될 수 있다”며 사용을 규제하고 공공의 감시를 받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크 로텐버그 EPIC 회장은 “이는 노골적인 감시행위”라며 “경찰관이 영장없이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비디오 감시장비의 성능도 기술발전으로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SGI 존 버웰 임원은 고선명TV(HDTV) 장비는 감시카메라로 3000피트 거리에 있는 사람의 영상을 잡을 수 있으며 이 영상은 구형 아날로그 카메라로 30피트에 있는 사람을 찍은 사진처럼 이미지가 선명하다고 설명했다. 하이테크 컴퓨터 그래픽 업체로 잘 알려진 마운틴뷰의 SGI는 해군연구소와 공동으로 HDTV 감시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버지니아주 레스톤(Reston)에 있는 오브젝트비디오 (ObjectVideo)사의 경우 ‘비디오 콘텐츠 분석’기술을 개발했다. 이 비디오 콘텐츠 분석기술은 감시카메라가 금지구역으로 들어가는 트럭을 발견할 때마다 보안요원에게 자동으로 경고음을 울린다. 비디오 감시기술 중 가장 논란이 큰 대상은 개인 얼굴의 눈, 코, 입 등 각 부위간 간격을 이용하는 생체 얼굴인식기술이다. 비판론자들은 이 기술이 부정확하고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