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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연합) 우주 생성의 비밀을 풀지도 모르는 입자연구의 첫 열쇠인 반(反)물질이 유럽 과학자들에 의해 대량생산됐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입자물리학자들은 최신호 네이처에 실린 보고서에서 자신들이 반(反)수소 원자 5만개를 생산하는 개가를 올렸다고 보고했다.
과거에도 과학자들이 반수소를 만드는 데 성공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대량 생산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반수소는 영화 ‘스타 트렉’에서 우주선의 동력원으로 사용된 것과 같은 반물질로 반물질의 성질을 이해하고 이를 조작하는 일은 과학계의 최대 난제로 여겨져 왔다.
반물질은 물질을 거울에 비친 것처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존재로 우주 생성당시에는 물질과 같은 양이 생겼지만 현재 자연상태에서는 반물질을 거의 찾을 수 없고 우주광선과 먼 은하계의 핵에서만 소량 발견될 뿐이어서 이 점이 물리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반물질이 물질과 충돌하면 파괴되면서 둘 다 전자장을 띤 방사능으로 전환되는데 과학자들은 이같은 과정이 수십억년 전 우주의 폭발적인 탄생에 필수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입자가속기를 사용해 반양성자를 만들고 이것을 진공실에 가두었다. 한편에서는 방사능을 이용, 양전자를 만들어 내 다른 진공실에 가둔 뒤 반양성자를 이 곳에 넣어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반수소가 만들어지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물질은 물질과 부딪치면서 파괴돼 단시간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나 이 과정에서 반물질 고유의 방사능 신호가 포착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궁극적인 입자들의 성질과 상호작용을 설명해줄 이른바 ‘표준모델’을 실험하기 위해 다량의 반물질 생산을 염원했었다.
그러나 반물질은 일반 실험실에서는 만들어내기가 어려워 CERN과 미국 시카고 근교 페르미연구소가 보유한 대형 입자가속기가 사용된 것이다. 수년전 실시된 반물질 실험에서는 단 수십개의 반물질 입자가 만들어졌을 뿐이다.
이같은 실험이 중요한 까닭은 “만일 반수소가 수소와 같은 방식으로 운동하지 않는다면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연구를 주도한 아테나팀의 제프리 행스트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일이 생긴다면 우주의 법칙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발견으로 인해 컴퓨터나 TV 등 실생활에 당장 변화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현재 우리가 보는 우주가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단서를 던져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CERN에서 아테나팀과는 별도로 반물질 연구를 계속해온 ATRAP 팀의 대변인인 제럴드 개브리얼스 하버드대 물리학 교수는 아테나팀의 연구결과 반수소가 만들어졌다는 데 회의를 표시했다.
개브리얼스 교수는 “우리도 오랫동안 아테나팀과 같은 실험을 해 보았지만 양전자와 반양성자가 동시에 소멸한다 해서 반드시 반수소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ATRAP팀이 곧 새로운 연구보고를 통해 “과학자가 자기 실험에 속아 넘어가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테나팀은 앞으로 더 많은 반수소를 생산해 표준모델을 시험하는 몇 차례의 실험을 할 것이며 중력이 반수소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스트 박사는 그러나 반물질 생산에 드는 에너지는 반물질이 방출하는 에너지의 100억배나 되기 때문에 이를 우주선의 동력이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아직은 공상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