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신의주 특별행정구와 남북경협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 seridys@seri.org

 

 북한은 지난 9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이 통과됐음을 발표했다. 새로운 특구를 지정하는데 경제특구가 아닌 행정특구를 지정함으로써 중국과 같은 일국양제 방식을 염두에 두었다. 북한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자본주의 시장경제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의주 특별행정구를 운영하는 행정장관으로 네덜란드계 화교인 어우야그룹 양빈 회장을 선임했다. 외국인을 책임자로 임명한 것은 특구 개발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일 뿐만 아니라 개발 방향에 대한 뚜렷한 모습을 보여준다. 내용은 가히 파격적이다. 북한이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이러한 파격적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데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북한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향후 남북경협에는 어떤 기회가 올 것인가. 여러 궁금증들이 일고 있다. 일단 북한은 경제 문제를 이렇게 풀어나가겠다는 모습을 대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북한지역을 네개의 점으로 외부 세계와 직접 연결하려고 한다. 나진시와 러시아, 금강산과 남한 그리고 동해선, 신의주와 중국, 개성공단과 남한 그리고 경의선, 나머지 비개방지역은 7월1일에 시행한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통해 정상화시키고자 한다. 대남 및 대일관계 개선과 그를 통한 대미관계 진전으로 외국자본이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의주 특별행정구는 기존 북한의 다른 지역보다는 양호한 입지조건을 구비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북경협과는 어떻게 연계될 것인가. 네가지 관점으로 살펴보자. 우선 신의주 지역은 중국 단둥지역과 바로 접해있다. 단둥지역은 현재 사회간접자본이나 제도적 측면, 인적자원 측면은 물론 중국시장으로의 진출이라는 차원에서도 신의주 지역보다 월등히 우위에 있다. 따라서 신의주 행정특구의 과제는 이 지역보다 우월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중국지역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가 과제다. 둘째는 북한 인력들을 향후 개발방향과 걸맞게 배치할 수 있을 것인가다. 모든 것이 사람이 운영하게 된다. 북한 인력들의 경직성으로 인해 운영자체에 걸림돌이 된다면 결국 특구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두 외국인으로 직책을 줄 수도 없는 것이다. 또 인력채용에 있어 개별적인 채용이 가능한 시장경제방식으로 운영하는 점 등도 관건이다. 셋째는 개성공단과의 연계성 문제이다. 과연 신의주는 개성공단과 보완관계인지, 아니면 대체관계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경의선 연결과 함께 출발점과 종착점이라는 상징성 이외에 실질적으로 어느 시장을 겨냥하는 투자인가에 따라 그 성격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국내시장을 겨냥한 사업이라면 개성공단이 적합할 것이며, 중국시장을 겨냥한다면 신의주 지역이 적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외적 환경개선 문제다. 아무리 북한이 신의주 특구를 획기적으로 개방한다고 해도 미국 등 서방권과의 관계가 경직되어 있다면 안전성 면에서 외국자본이 진출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신의주 특구는 이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넘어야 할 산도 산적해 있다. 모든 것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신의주 개발도 역시 소규모로 시작될 것이며, 이 지역이 상하이와 같이 발전할 지 아니면 나선시와 같이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직도 신중함이 요구된다. 다만 과거와 같은 유보적 입장의 신중함보다는 적극적 입장에서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북한 인력들은 다른 지역보다 우리 기업의 정서에 부합되는 면이 많다. 시장이 확보되어 있고 저렴하고 양질의 노동력이 가미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의 경우 신의주에서의 사업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