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 등 일본 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외국인 기술 인력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고 있으며 이들의 SI 업계 내 역할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지난 80∼90년대에 IT 관련 고급 인력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해 이 분야의 인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일본에 들어오는 시스템엔지니어(SE) 등 외국 기술 인력들은 주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법무성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엔지니어의 신분으로 일본에 입국한 아시아인의 수는 전년에 비해 30∼7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아르고21이라는 기업의 경우 600명의 기술 인력 중 50명이 다른 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NEC도 최근 중국 대학에서 SI를 전공한 중국인 졸업생 9명을 새로 채용했으며 15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현재 일본엔 중국 달리안 공대 출신 SE만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도 외국 기술 인력의 수입에 적극적이다. 정부는 일본 취업을 위한 IT 자격 시험을 한국,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필리핀과 태국에서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 시험은 취업 지망자의 편의를 위해 영어로 치러진다. 정부는 현재 수천명 정도로 파악되는 외국 기술 인력의 수를 수년내에 3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본 기업들이 일본 환경에 아무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는 외국 인력들을 대거 채용하는 것은 결국 일본 내 IT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정보서비스산업협회(JISA) 조사에 따르면 회원사 경영진의 85%가 IT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 1985년 장차 60만∼80만명의 기술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250억엔을 들여 ‘시그마 프로젝트’란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시행했지만 필요 인력을 키우는 데 실패한 바 있다. 또 90년대 중반, 일본 기업들이 IT 관련 투자를 크게 줄이면서 IT 인력이 20% 가량 줄어든 것도 현재 인력 부족의 한 원인이 됐다. 이때 IT 분야가 위축돼 90년대 말 인터넷 붐이 일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JISA의 사토 유지로 회장은 “일본 대학에서 매년 배출되는 IT 인력은 중국의 6분의 1 수준인 2만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선 “정부, 기업, 대학이 특단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일본 IT 산업이 모두 외국인 판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