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 kevinyi@empal.com
세계 경영을 하는 회사가 많이 늘어나야 우리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 경영을 위해 우리 기업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필요하겠지만 ‘개방과 포용’을 들고 싶다.
최근 세계 여러 나라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강점을 앞세워 국가경제 발전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경제 대국들은 높은 기술 장벽을 만들며 앞서가고 있고, 신흥 공업국으로 떠오른 중국만 해도 저임금과 계획경제 정책으로 저급기술부터 첨단기술 분야까지 여러 방면에서 엄청난 투자와 협력을 통해 경제를 일으키고 있다.
세계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결국 우리도 강점을 극대화하고 해외시장에서 우리의 위치를 차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우리가 가진 약점도 보강해야 한다. 해외 협력은 바로 우리의 약점을 보완해 줄 확실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약점을 보강해 줄 수 있는 해외 파트너를 많이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가 넓은 세계에 맞서는 데 도움을 주는 좋은 조력자를 얻는 효과를 낸다.
지난 8월, 잠시 터키 문화를 답사한 적이 있다. 그들은 동로마제국을 무너뜨리고 오스만터키제국을 만들어 남유럽과 북아프리카, 서아시아를 경영한 화려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그들이 그 넓은 제국을 경영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제국을 경영하는 힘은 단순히 지도자 한 사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좀더 복잡하고 정교한 경영체제의 뒷받침에서 나온다고 본다. ‘제국의 역사’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 경영 체계로 나아가는 데 몇 가지 힌트를 주고 있다.
술탄 메흐메트는 1453년 동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했다. 당시 시민들은 성소피아 성당에 모여 두려움에 떨며 최후를 준비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메흐메트 왕은 그 예배가 끝나 시민들이 모두 해산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성당에 들어가 당시 최고의 건축물을 보며 감탄했고 부하들에게 성소피아 성당을 약탈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술탄은 피정복인을 포용정책으로 융화했다. 이 정복자들은 영토확장에만 급급했던 것이 아니라 포용과 관용의 정책을 펼치며 제국을 경영했던 것이다. 이슬람 제국의 기본 경영체계는 바로 ‘포용’이란 미덕이다.
오스만터키의 선조들은 오래전 중앙아시아에서 돌궐족으로 살았던 유목민족이었다. 그들은 서진을 계속하면서 많은 민족·문화와 충돌하게 됐고 그러면서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과 융합정책으로 화려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왔다. 즉 ‘더불어 사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웠던 것이다. 오랫동안 쌓여온 포용력과 융합력이 후일 대제국 경영이라는 것으로 꽃피게 된다.
여기에 회사 경영을 이에 빗대어 반성해 봤다. 필자가 경영하는 회사도 지난해 나라밖 큰 기업과 파트너 계약을 하고 지금까지도 함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 방식을 돌이켜 반성해보니 폐쇄적이며 포용력도, 융합력도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세계 경영에 도저히 나설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결국 더 큰 그림과 비전을 바탕으로 파트너들과 서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남을 인정하고 그들에게서 겸손 자세로 배우며, 창의력을 갖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함께 부를 만들어 나누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민족은 특히 동질성을 강조하는 민족이다. 같은 색이 아니면 배척한다. 이 사회는 지연·학연·혈연으로 같은 색임을 끝없이 주장하며 추켜세운다. 모두가 그속에서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런 삶의 방식이 몸에 배어 있다. 예를 들어 조금 특출난 사람이 나타나면 그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공격해 살아남지 못하게 한다. 사회 각계각층의 조직에서도 조금 앞서 나가는 자가 있으면 주변에서는 그를 칭찬하고 격려하기보다 끌어내리기 바쁘다.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됐어도 칭찬과 격려를 받기보다 불법으로 부를 쌓았다는 비난을 받기 일쑤다.
이렇게 폐쇄적인 사회에서 우리는 세계 경영을 펼칠 수 없을 것이다. 나와 다른 이들의 장점을 귀중히 여기고 그것을 배워 나의 장점과 융합시키는 일,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세계 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