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솔테크 김해진 사장
21세기 ‘포스트게놈시대’를 맞아 유전자의 기능과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내 신약을 개발하고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BT산업에 거는 기대가 대단하다. BT산업에 거는 기대가 지대한 만큼 이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BT와 IT 융합기술인 바이오인포메틱스 기술(BIT)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BIT 없는 BT산업은 생각할 수 없다. BIT는 그 자체로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데다 BIT의 수준에 따라 BT산업의 경쟁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외국도 이제 시작단계이므로 우리가 체계적으로 접근하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BIT 기술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핵융합이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내듯 두가지 이상의 기술이 융합되는 경우에도 때가 이르면 폭발적인 시장을 형성해 간다. 이러한 기술 융합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은 경우가 많은 반면 일단 성공적으로 진입하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우리가 BT와 IT 융합기술 개발로 가는 길에 놓인 과제들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BT와 IT 융합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우선 인프라를 심어야 한다. 심지 않고는 거둘 수 없다. 잘 심은 후에는 성장하도록 도와야 하며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와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가차원에서 BT와 IT 융합을 중점 육성 품목으로 지정하고 연구개발비 지원 비중을 높이는 한편 BT 관련학과의 연구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BIT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사업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둘째, 선진국을 제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BIT 중점기술 개발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IT기술력과 풍부한 생명과학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시장성과 우리의 기술수준, 수출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진국과 경쟁 가능한 분야를 선택, 집중적으로 추진하면 승산이 충분하다. 이 과정에서 산·학·연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BIT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산·학·연 공동연구 또는 협력연구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BT와 IT 융합은 기술의 성격상 BT 전문기관과 IT 전문기관이 협력하지 않고는 성공적인 연구개발이 이루어질 수 없는 분야다. 따라서 생명공학 및 생물정보학 관련 산업체, IT 전문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BT 전문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국립보건원·농업생명공학연구원 등이 함께 하는 실질적인 산·학·연 공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정부부처간 협력과 조율이 어느 때 보다 중요시된다. 기술 융합시 과기부와 농림부, 보건복지부, 정통부, 산자부 같은 주무부처간 영역 시비 및 중복
지원 시비가 일어날 소지가 아주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율이 중요하다. 또 부처별 연구사업에서 파생된 생물정보의 결집 및 교류가 잘 안될 소지가 많으므로 부처별 연구사업에서 파생된 연구결과들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유전체정보센터에 결집시켜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하고 이를 활용한 연구개발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앨빈 토플러 박사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제출한 ‘21세기 세계경제와 그 안에서 한국의 위상에 관한 보고서’에서 “생명공학과 정보통신이라는 두가지의 강력한 추진력은 서로 융합되어 폭발적인 성장을 창조할 것이며 이는 건강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가진단, 그리고 선진 건강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한 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산·학·연 협력 연구 개발을 활성화시키고 정부 주무부처간 협력을 이뤄낸다면 우리가 선택하고 집중한 BT와 IT 융합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좀 더 빨리 BT 산업도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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