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헌 이네트 사장 khpark@enet.co.kr
“벤처신화, 그 화려한 잔치는 끝났다.” 요즘 세간의 분위기를 압축해서 표현한 말인 것 같다. 언론매체에서는 벤처의 비리와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맹목적인 기업공개(IPO)에 대한 환상,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 기업가 정신의 상실, 방만한 투자 등 벤처기업의 실패요인에 대한 분석들도 다양하다.
물론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벤처기업가들은 인터넷 기반의 신경제(new economy)에 대한 조급한 환상, 경험부족에서 비롯된 시행착오 등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각오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으로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망의 징후들도 발견된다. 5∼6년 동안의 실험기를 거쳐 인터넷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분야 등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서서히 궤도에 오르는 모습들이 보인다. 발전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같이 변화된 모습을 제대로 보는 균형된 시각이다. 과거로부터 배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벤처의 실험’에 대한 분석에서도 부정적 결과뿐만 아니라 긍정적 성과도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벤처들에 의해 시도된 다양한 실험들은 우리 사회에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벤처기업들은 IMF이후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성장에너지를 공급했다. 둘째, 직원을 머슴이 아닌 파트너로 인정하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창출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오프라인기업에 전파됐다. 셋째, 대한민국이 기업가 정신이 가장 활발한 나라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기업가 정신’을 하나의 문화로 형성했다. 넷째, 오프라인기업이 변화할 수 있는 외부기제 역할을 했다.
우리는 기존 대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수십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성장해온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벤처기업들에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성장의 과실을 너무 빨리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일이다. 지금도 많은 벤처기업가와 직원들은 자신들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그들에게 더욱 많은 실험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실험 없이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식 비판보다는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