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위기의 AOL타임워너

 AOL타임워너의 회장인 스티브 케이스는 아메리카온라인(AOL:America Online)이 타임워너를 2년여 전 인수했을 당시 예지력 있는 비전가로 칭송받았다. 이같은 칭송은 주가폭락, 회계비리,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합병이 실책은 아니었는지 하는 우려에 가려 이제 빛을 잃었다.

 이 회사 일부 대주주와 이사들은 그의 지도력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85년 온라인서비스업체 AOL을 공동 설립한 케이스 회장이 곧 AOL타임워너를 떠날 공산은 희박하다.

 그는 지난 19일(미국시간) 정례 이사회 직후 발표문에서 사임 의향을 일절 내비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이사회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 회사의 홍보담당자인 트리시아 프림로즈는 “누누이 밝혀왔듯이 스티브 케이스 회장은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회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AOL타임워너에서의 AOL 역할은 미래가 의문시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AOL타임워너 합병이 당시 신경제인 AOL이 구경제 타임워너를 회생시킨 사례라고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AOL의 AOL타임워너에 대한 영향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이 합병 주도자 대부분이 주가폭락에 따른 투자자의 불만고조로 지난 한해 동안 AOL타임워너에서 자진 사퇴했거나 퇴출이나 직책강등을 당했었다.

 합병 당시 타임워너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제리 레빈는 합병완료 1년 반 되던 지난 5월 퇴임했으며 AOL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던 밥 피트먼도 지난 7월 사임했다. AOL의 중역이던 배리 슐러는 지난 4월 한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AOL 사업부의 신임 최고책임자 조너선 밀러가 CEO인 리처드 파슨스가 아닌 미디어홍보그룹 회장인 돈 로건에게 업무를 보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AOL이 더이상 AOL타임워너의 주력 사업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심지어 AOL타임워너에서 AOL이란 이름을 빼고 타임워너로 돌아가자는 얘기까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퍼스트앨버니의 애널리스트인 유세프 H 스콸리도 “AOL은 AOL타임워너의 수많은 사업부 가운데 단지 하나의 사업부로 대우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합병후 순익에 크게 공헌할 것이라는 AOL의 합병전 약속이 광고수입 격감과 온라인 경기약화로 결코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현상이다. 아울러 광고수입과 초고속 접속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AOL의 사업모델에 대한 의구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미 증권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 법무부의 AOL 회계관행 조사는 투자자들이 이 회사 주식을 기피하는 데 부채질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홈박스오피스, 타임, 워너브러더스 등 AOL 이외의 AOL타임워너 자산이 분석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OL타임워너 주식은 1년 전 50달러를 웃돌던 수준에서 올 여름 10달러 미만으로 폭락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9일 뉴욕 증시에서 전일비 56센트(4.4%) 떨어진 12달러 27센트의 종가로 장을 마쳤다.

 메릴린치의 분석가인 제시카 라이프 코헌은 “타임워너 사업부 대다수가 해당 업계내 최고 실적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OL 사업부의 불투명한 전망과 당국의 조사를 감안해 AOL타임워너 투자등급을 보류로 유지한다”며 이 회사의 예상 주당 순익도 하향 조정했다.

 케이스 회장이 AOL사업부의 특정 문제에 책임이 있느냐 하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일상 업무에 치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AOL에 가급적 직접 개입하지 않는 등 주로 AOL타임워너의 전략적 역할을 맡아왔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케이스 회장의 사임이 AOL타임워너 문제해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스콸리는 “투자자들은 케이스 회장이 유임한다거나 사임한다거나 하는 이유 때문에 AOL타임워너 주식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들은 AOL타임워너 주식이 저평가돼 있어 오를 것으로 판단했을 때 이 회사 주식을 매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이스 회장이 사임한다면 그것은 실패를 인정한 꼴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카우프만브러더스의 미디어산업 애널리스트인 폴 킴은 “대체로 회장에 대해 불협화음이 많다는 것은 경영상황이 불안하다는 뜻”이라며 “AOL타임워너 합병에 책임을 졌던 중역들이 스티브 케이스 회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퇴출된 것은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대해 품고있는 불만에서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프루덴셜증권의 애널리스트인 캐서린 스티포니아스는 AOL타임워너 평가절하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 그녀는 “그때 그렇게 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하기는 쉽다”며 “AOL타임워너가 앞으로 잘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