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타워]SMB(Small & Medium Bussiness) 전략 세워라

 IT산업 경기가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코스닥도 50선 아래까지 내려앉았다. 미국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IT산업 전분야에 걸쳐 금년 내 경기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어느 시장조사기관도 금년 내 IT산업 경기가 저점을 통과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장 고민에 빠진 업체들은 서버를 비롯한 하드웨어와 솔루션 공급 기업이다. IT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금융·통신 등 그동안 대규모 전산투자를 통해 IT산업을 견인해온 대기업들이 투자를 줄임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로라하는 분석가와 컨설턴트들이 포진해 있는 세계 IT 공룡기업들이 고민 끝에 히든카드를 내놨다. SMB(Small&Medium Bussiness)가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중소·중견기업의 IT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줄어든 매출을 충당하겠다는 것이 핵심전략이다.

 이미 IT 메이저들은 IT경기가 좋을 때는 틈새시장 정도로 여기고 쳐다보지도 않던 SMB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M·HP·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SAP·EMC 등 IT 공룡은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내년까지 평균적으로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SMB부문에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각국 현지법인들에 이의 달성을 독려하고 있다.

 서버부문에서 한국IBM이 인텔 아키텍처(IA) 서버나 리눅스 서버사업을 강화하는 것이나 하이엔드 스토리지부문의 대표주자인 한국EMC가 중소형 스토리 ‘클라릭스’를 내놓고 마케팅과 영업력을 집중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계 IT기업들의 SMB 전략은 그 성공 가능성 여부를 떠나 본사 차원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향후 몇 년간 한국 IT시장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나 SMB시장이 국산 하드웨어 및 솔루션업체들의 텃밭이었다는 점에서 국산 업체의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달부터 자사 오피스 패키지를 파격적으로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일괄구매정책(EA)’의 대상기업을 PC 50대 이상 보유 기업으로 끌어내려 중견기업은 물론 소규모 기업의 수요까지 싹쓸이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국내 업계는 이와는 정반대의 의견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특유의 기업 환경이 뿌리박혀 있어 상당부문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하고 외국계 기업들은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한 솔루션이 부족한 만큼 국내 업체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SMB에 대한 외국 IT기업의 공세가 국산 기업을 고사시키든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든 향후 IT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만은 분명한 만큼 국내 업체들은 이에 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SMB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전략을 발표한 업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우선 국내 기업 스스로 SMB 관련 부서나 전략기획팀을 신설, 외국계 기업들의 SMB 전략을 면밀히 벤치마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나마 국내 기업들의 텃밭이 되고 있는 SMB시장만큼은 외국 IT업체들의 공세에서 지켜내야 하는 것이 이제 국내 IT기업들의 또다른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창희 엔터프라이즈부 차장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