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기술(IT) 관련 업계가 최악의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 약 10억 인구가 들고 다니는 휴대폰에 컴퓨팅 기술을 접목한 응용제품(서비스)이 속속 개발되어 차세대 ‘킬러앱’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신문에 따르면 지난주 IT컨설팅 회사 IDG가 샌디에이고에서 개최한 ‘데모모바일’ 전시회는 그 가능성을 확인해준 기회가 됐다. 올해 4번째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세계 이동통신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최근 1년 동안 개발됐고 앞으로 1년 안에 상용화할 약 30개 제품(서비스)을 직접 시연한 후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올해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업체는 휴대폰으로 노래곡명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영국 샤잼 엔터테인먼트(Shazam Entertainment)를 꼽을 수 있다. 샤젬의 최대 자산은 전세계 유명 가수들의 노래가사는 물론 음성의 특징(패턴)을 추출해 데이터베이스(DB)를 제작할 수 있는 음성인식 기술. 샤젬은 이를 이용해 전세계 음반 약 9만장에 수록된 방대한 양의 노래 DB를 중앙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최근 영국의 이통 가입자들에게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노래가사 1, 2소절만 알아도 휴대폰 단문메시징서비스(SMS)로 곡명을 확인한 후 음반구입까지 ‘원클릭’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에 걸리는 시간도 평균 15초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제리 로스트 사장(CEO)은 이러한 서비스를 개발한 배경을 “바쁜 생활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끄러운 선술집이나 길거리에서 뜻밖에 옛 추억이 담겨 있는 노래를 들으면 음반 1장쯤은 사고 싶어지지만 대개의 경우 곡명이 떠오르지 않아 포기하고 만다는 것. 그러나 이제 이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러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로스트 사장은 주장했다.
당연히 이 서비스는 최근 영국 보다폰에 이어 오랜지 등 이통업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선보이자마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고무된 샤잼 엔터테인먼트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하고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데모모바일 전시회에 관련 시스템을 선보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올해 데모모바일 행사에서 영국 샤잼과 함께 두각을 나타낸 업체로는 미국 보세라커뮤니케이션즈시스템을 비롯해 트래크-와이어리스, 포켓디스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보세라커뮤니케이션즈시스템(Vocera Communications Systems)은 가슴에 달고 다니는 통신용 배지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워키토키에 휴대폰, 무선호출기(페이저) 등의 기능을 합쳐 놓은 이 제품의 무게는 약 40g(1.6온스)이다.
따라서 병원의 간호사와 소방대원 등이 목에 걸거나 가운 등에 착용, 위기상황에도 통신을 할 수 있다. 보세라 관계자는 첨단 음성인식 기술을 통신에 접목한 이 제품을 올 연말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트래크와이어리스(Traq-wireless)는 기존 전화기에 남겨놓은 음성메시지를 텍스트(SMS)로 바꿔 발신자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휴대폰으로 전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특히 미국 최대 자동차(GM) 및 항공사(컨티넨털 에어라인) 등에서 채택해 전화요금을 약 35% 절약하고 있는 실적이 토론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포켓디스(Pocket This)도 휴대폰으로 각종 교통정보와 뉴스 등을 제공하는 SMS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