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디지털TV 전환 관련 청문회 열어

 미국이 오는 2006년까지 디지털TV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지상파 방송 업계와 케이블TV 업계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근 미 하원 통신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마주 앉은 이들은 디지털TV 전환을 재촉하는 정부 정책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전송 방식 등의 문제에 있어서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고 와이어드가 보도했다. 또 일부 의원들도 조급한 디지털TV 전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청문회에서 방송계는 슈퍼볼 등의 인기 프로그램들을 디지털로 방송하겠다고 발표하고 가전업계도 디지털TV의 가격 인하를 약속하는 등 디지털TV 전환에 적극 참여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이해 관계가 걸린 전송 방식 문제 등에 대해선 다른 입장을 보였다.

 지상파 방송측 증인들은 전체 TV 시청자의 70%를 차지하는 케이블TV 업계가 디지털 전환이 완료될 때까지 디지털과 아날로그 두 가지 방식으로 방송을 송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국이 신호를 여러 층의 저충실도 채널로 나눠 송출할 경우 케이블 시스템이 이들 신호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케이블TV 업계는 케이블 시스템을 통해 무엇을 송출할지는 자신들의 판단에 따른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내보내는 것보단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나 전화 서비스 또는 쇼타임 등의 인기 케이블 전용 채널을 제공하는 것을 더 바라고 있다. 현재 제안된 디지털TV 관련 법률은 케이블 업체가 디지털 및 아날로그 신호를 모두 송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진 않다.

 한편 일부 의원들과 소비자 대표는 디지털TV 전환 이후 3억대 가까운 기존의 TV, 비디오 등이 무용지물이 될 것과 이에 따른 유권자의 분노를 우려했다. 일부 의원들은 “2007년 1월 1일에 TV를 켰을 때 치직거리는 화면만 나온다면 우리의 정치 생명은 끝”이란 반응을 보였다.

 2006년까지 디지털TV로의 전환을 마무리하려던 미국 정부의 계획은 디지털TV의 보급 지연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최근 디지털TV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2007년까지 모든 TV에 디지털 튜너를 내장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하원에서도 몇몇 의원들이 2006년까지 아날로그 방송의 송출을 중단토록 규정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