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바이오벤처에 투자를

 ◆김완주 씨트리 사장, 한국바이오벤처협회 회장 wanjkim@c-tri.com

  

 바이오산업이 IT와 함께 21세기 중심 산업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첨단산업에서 벤처가 중요하다는 것 또한 이미 미국과 영국 등 벤처선진국에서 증명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IMF 이후 이들 첨단산업의 벤처기업 육성에 주력해왔고 나름대로 많은 기반을 구축했으나 아직 바이오벤처가 자립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최근 산업자원부에서 2006년까지 벤처진흥을 위해 3521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KTB네트워크·한국기술투자 등 창투업계도 각각 하반기 약 60억원의 투자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바이오에 햇살이 드는가 싶지만 투자자들이 뚜렷한 매출실적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기를 원한다는 명분 때문에 스스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성장기에 진입하지 못한 대부분의 벤처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일부 유망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도 창투사가 자금사정 악화로 투자배수가 낮아진 것을 기회로 접근하기 때문에 그리 반가운 건 아니다.

 바이오산업은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미래 핵심 산업이기에 위험이 크다고 할지라도 이들이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주식거래시장의 활성화는 꼭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모델이 나스닥이다. 나스닥은 ‘높은 위험 높은 수익(high risk high return)’을 지향하는 기업의 주식이 거래돼 첨단기술집약적 기업들의 중요한 자금원이 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직접적인 공모시장으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장외 기업들이 자금을 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나스닥의 진입조건이 매우 명확해 나스닥으로 진입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거나 갖출 수 있는 기업인 경우 장외에서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닥은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바이오 분야에 대해서는 코스닥이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기업들이 등록될 수 있어야 하나 매출실적 없는 연구개발 중심의 바이오기업들에 코스닥은 올라가기엔 너무 높은 나무다. 이에 따라 순수 연구개발 중심의 바이오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자금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물론 투자자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장래를 위해 첨단 과학기술의 육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첨단 과학기술은 정부의 지원과 자본시장의 원리에 따라 투자와 회수가 이루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개발 중심인 바이오벤처기업의 필요성과 이들 기업이 코스닥에 등록돼 양질의 자본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의 인식이 필요하다. 코스닥시장이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바이오벤처산업의 육성은 불가능하다.

 바이오벤처기업이 코스닥에 들어갈 수 있는 명확한 기준도 요구된다.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떠한 투자자도 장외의 바이오벤처기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성격 혹은 주력 사업 분야에 따라 매출이 30억원 또는 50억원이 넘지 못하는 기업, 또는 적자기업은 등록될 수 없는 것인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스닥 운영을 미국의 나스닥과 같이 바꿔야 한다. 미래성장성을 지닌 기술보유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것은 분명히 높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나스닥은 이러한 위험요소를 감안하고서 바이오벤처의 공모시장으로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코스닥시장이 미국의 나스닥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취지와 철학에 따라 등록기업을 선별하겠다고 한다면 위험요소가 큰 바이오벤처는 자금을 확보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해 문을 연 코스닥의 존재의미가 불분명해진다.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에 서 있는 벤처기업들이 코스닥에 진입해 기술발전을 이루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으로 올라가기까지 코스닥 시장이 앞장서 자금확보의 합법적인 길을 열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