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식 자일링스코리아 지사장 david.ahn@xilinx.com
요즘 휴대폰단말기시장을 보면 우리나라 IT업계가 얼마나 빨리 변화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휴대폰 벨소리만 하더라도 16화음 벨소리에 이어 최근에는 40화음 벨소리까지 등장했고 인터넷 기능이 내장된 휴대폰은 물론, PDA·TV기능을 실현할 수 있는 휴대폰까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컬러 단말기의 경우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 점유율 70% 정도의 높은 시장수요가 전망된다고 한다. 휴대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고 또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 계속되고 있다.
한동안 지속됐던 IT경기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IT시장이 긍정적으로 전망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같은 혁신과 변화에 능동적인 역동적인 시장환경을 꼽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기술과 첨단제품에 매우 민감할 뿐만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개발자들 또한 이러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IT환경의 역동적인 변화에 매우 민감하며 이러한 변화에 앞서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고 있어 보인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점차 빠르게 변화하고 이에 맞춰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는 이러한 시장상황은 제품 개발단계에서의 유연성을 어느 때보다도 절대적으로 요구한다. 반도체 설계자들에게는 설계 디자인을 얼마나 빨리, 자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이다.
휴대단말기의 경우 내외부 디자인 주기가 3개월 정도로 아주 짧아지고 있다. 제품 디자인이 확정되고 개발이 끝난 상황이라 하더라도 핵심 디자인이 변경될 수 있는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지는 셈이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프로그래머블 로직 솔루션(PLD:Programmable Logic Device, 프로그램 가능한 논리소자)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프로그래머블 로직 솔루션이란 폭 넓은 논리적 작동을 위해 사용자가 직접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디지털 집적회로(IC)로, 현재 필드프로그래머블게이트어레이(FPGA)와 복합PLD(CPLD) 두 종류가 있다. 디자인 주기가 짧아지고 고객의 요구와 시장상황이 급변하는 IT환경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프로그래밍함으로써 시장변화를 즉각 설계에 반영하고, 또 변화에 맞춰 재프로그래밍하는 이러한 프로그래머블 기능은 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을 겨냥하는 프로그래머블 플랫폼 FPGA는 전체 제품 주기에 걸쳐 디자인 오류나 사양 변경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 측면의 위험성 요소를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한때는 맞춤형 반도체인 ASIC이 크게 각광받았으나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맞춤형 반도체 ASIC에 한발 더 앞선 프로그래머블 로직 기능이 필수적이다. 점차 고성능 애플리케이션과 이에 적용할 수 있는 고성능 기술이 요구됨에 따라 ASIC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기능들을 프로그래머블 로직으로 구현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ASIC의 장점이 가격에 있었으나 PLD 역시 18개월마다 칩의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지고 성능은 두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기술혁신과 동시에 가격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메모리와 시스템LSI(비메모리), 아날로그 부품 등을 하나의 칩에 집적해 반도체가 곧 시스템이 되는 ‘시스템온칩(SoC)’이 디자인 대세로 자리잡는 요즘, 더욱 유연성 있고 타임 투 마켓을 단축시킬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솔루션이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