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와노 도시카즈 코에이코리아 사장 awano@koeikorea.co.kr
코에이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틈나는 대로 용산, 테크노마트 등 주요 매장을 직접 돌아보며 게임관련업체와 매체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한국 게임시장을 끊임없이 분석해 왔다.
그 결과 한국시장이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해 쉽게 봤다가는 성과를 내기에 힘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동시에 위대한 가능성도 발견했다. 바로 ‘PC 온라인게임’과 ‘가정용게임(비디오게임)’이라는 두 거대한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다.
일본에서는 비디오게임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어 PC 온라인게임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상대적으로 아직 미미한 편이다. 또 한국에서는 비디오게임보다는 PC게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비디오게임을 위시한 가정용 게임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하면 일본의 PC온라인 게임시장과 한국의 비디오 게임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개척해야 할 시장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네트워크 기반 온라인게임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해 있고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다. 물론 일본에 있을 때도 이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와서 보니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PC방에서 여럿이 모여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신기하기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삼국지 배틀필드’ 출시를 준비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게임을 해보니 그러한 느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온라인게임은 아니지만 ‘삼국지 배틀필드’는 이제까지의 삼국지 시리즈와는 달리 네트워크 플레이가 가능해 다른 게이머와 함께 플레이하는 온라인 게임의 재미를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나 대만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인프라만 제대로 구축되면 네트워크게임이나 온라인게임이 빠르게 활성화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국의 문화의 차이로만 치부하고 일본에서는 네트워크 게임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은 섣부른 것이었다.
지금 한창 ADSL이 보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코에이를 비롯한 여러 회사들이 네트워크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게임업체를 비롯해 많은 게임업체가 온라인게임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실제로 한국에 와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한국의 비디오 게임시장은 이제서야 겨우 걸음마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지난 2월 ‘플레이스테이션2’를 발매한 이후 코에이코리아를 비롯해 여러 회사들이 정식 타이틀을 내놓기 시작하면서야 비로소 비디오 게임시장에 활력이 붙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 시장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점점 늘어가는 소프트웨어 수와 하드웨어의 판매량을 볼 때 앞으로 한국의 비디오 시장이 매우 밝다고 평가된다.
일본에서도 처음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가 발매되었을 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고 실제 판매량도 저조했다. 그러나 유저들은 간편한 조작과 커다란 화면에 매력을 느껴 금세 비디오 게임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오늘날의 거대한 게임시장을 만들어 냈다. 한국의 지금 상황은 마치 일본의 초창기 비디오 게임시장이 형성되던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용산에 가면 수년 전 활기에 가득찼던 아키하바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렇듯 한국과 일본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배우고 발전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비단 한국과 일본의 게이머들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있는 모든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또한 게임산업 자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코에이뿐만이 아니라 한일 양국의 모든 게임 관련업체들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훌륭한 타이틀을 즐길 수 있게 되는 날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