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기업 중역들이 지난 하이테크 붐 시대에 계약수주에 혈안이었던 투자은행들로부터 공모주를 받은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감독당국은 이 공모주가 투자은행으로서는 증권규정 위반이 되며 중역으로서는 의무사항 위반이며 이것이 계약수주를 위한 뇌물이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한때 유행했던 이른바 ‘스피닝(spinning)’ 관행에 따라 일부 기업 임원에게 공모주를 나눠주었으며 이들 임원은 주식발행이나 합병 등의 업무와 관련해 투자은행의 구애를 받던 회사에 소속 임원들이다.
감독당국은 팰러앨토의 투자은행가인 프랭크 쿼트론이 이끄는 크레딧시스퍼스트보스턴의 기술그룹 소속 중역들이 보유하고 있는 IPO 계좌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감독당국은 아울러 골드만삭스, 살로먼스미스바니 등 유력한 투자은행 임원들의 계좌도 뒤지고 있다.
쿼트론은 이에 대해 관련 업계 규범에 따르더라도 이 같은 IPO 계좌가 이상할 것은 없다고 강변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와 골드만삭스도 아무리 조사해도 이들 계좌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스피닝과 관련된 조사는 현재 미 의회 위원회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매사추세츠주 국무장관, 뉴욕주 법무장관 등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기업 임원들은 지난 90년대 말과 2000년 초의 주식 붐 당시 공모주를 거래할 수 있는 이 같은 IPO 계좌를 증권사에 개설하도록 권유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계좌를 만든 임원들이 미래에 투자은행 업무를 필요로 할 것 같은 회사 소속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은 결코 우연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크레딧시스 전현직 임원들은 크레던스시스템스, 폰닷컴(Phone.com) 등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들로부터 공모주를 받기 위해 계좌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재무 조사회사인 톰슨파이낸셜의 조사에 따르면 크레딧시스는 수천만달러의 수수료 수입을 안겨준 폰닷컴 등에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관련 기업과 임원들은 이에 대해 언급을 거부하면서 이들 계좌가 회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IPO 주식이 뇌물로 판명날 경우 투자은행이 부적절한 거래 및 계약 은닉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주식을 받은 임원들도 주 감독당국, SEC, 회사, 그리고 IPO 수익이 회사 소유라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에 의해 법적인 추궁을 당할 수도 있다.
반면 투자은행들은 이 IPO 계좌가 허용될 수 있다고 맞섰다.
현재 주 감독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크레딧시스의 리사 바이어 전 인터넷 애널리스트는 전자우편을 통해 계좌가 규정에 따라 늘 배분된 건 아님을 시사했다. 그녀는 “어떤 은행을 통해 주식공모를 할 경우 이 은행이 주선하는 IPO의 주식을 받는 게 관행이었다”면서 “결국 서로 등을 긁어주는 셈”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은 감독당국이 IPO 계좌가 일거리에 대한 유인 및 대가였음을 시사하는 이 같은 전자우편을 추가로 더 밝혀낼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럴 경우 임원들은 ‘회사 자산 절도’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주 및 매사추세츠주 관계자들은 지난주 회사 중역들이 위탁자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 IPO 수익을 반환하도록 하는 등 처벌을 고려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SEC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당국은 이미 일부의 경우에 스피닝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정 개정을 제안했다.
특히 전미증권업협회(NASD)는 IPO 주식배분이 중역에 의한 투자은행 업무지시를 조건으로 할 경우 투자은행이 주식을 회사 임원이나 이사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할 것을 제안했다. NASD는 이 같은 스피닝이 중역들의 충성심을 분열시켜 회사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