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네트워크 분야에 대한 대만 업체의 공세가 거세다. 그간 국내 업체가 강세를 보였던 무선랜·초고속인터넷 등 가입자 장비 분야에 대만업체들이 ‘박리다매’ 전략을 앞세워 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어 여간 걱정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당장 우리나라의 네트워크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은 물론이고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약화돼 시장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네트워크 분야에서 대만이 우리나라에 대한 공략을 적극적으로 펼쳐 온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보면 이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대만 업체들은 높은 기술력과 막대한 규모의 연구개발비가 필요한 대형 백본 장비보다는 대량생산 및 대량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무선랜과 초고속인터넷장비 등 가입자장비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네트워크장비시장의 새로운 킬러애플리케이션으로 주목받는 무선랜 분야에선 액톤·젬텍·D링크라는 회사들이 핵심칩세트를 공동으로 구매해 생산단가를 낮춰 우리나라에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초속인터넷 장비 분야에서는 자익셀·앰빗 등이 시장우위를 지키면서 그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대만 제품은 가격 부문에선 다른 국가의 제품보다 10∼20% 정도 저렴할 뿐 아니라 성능 면에서도 전혀 손색이 없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고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 네트워크시장에서 대만 제품의 수요는 점차 확산 추세를 보일 게 뻔하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네트워크장비의 절반 이상이 대만산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만 업체의 이러한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쉽지만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관련업체들이 대만 제품과 경쟁을 고려해 각종 제품의 공동개발과 구매를 추진하자는 의견을 제시해 왔지만 업체들간 이해가 서로 맞지 않아 번번히 무산됐다. 최근에도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네트워크산업경쟁력강화대책위원회가 발족되긴 됐지만 이를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부품의 공동구매를 위해 업체들을 상대로 부품 도입처 및 도입 가격을 조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정보 노출을 이유로 협조를 하지 않을 정도라니 예삿일이 아니다.
네트워크장비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업적인 면에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중요하지만 정보화 촉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만과 경쟁에서 뒤져서는 안된다.
우리나라가 대만 업체들의 적극적인 공세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면에서 우위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만 업체들처럼 공동으로 개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공동구매를 통한 업체간 공조체제를 굳건히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통신사업자들이 실시하고 있는 최저가 입찰제도 개선돼야 한다. 통신사업자들이 네트워크장비를 도입하면서 최저가 입찰제를 도입하다보니 국내 업체들간의 출혈가격 경쟁이 심하다. 실제로 포스트ADSL로 각광받고 있는 VDSL의 경우 시장이 활성화되기도 전에 업체들간 가격내리기 경쟁으로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에서 현상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국산제품의 수요확대에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통신사업자들은 현행 최저가 입찰제를 지양하는 대신 제품 품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적정가격 입찰제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