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역 네트워크(브로드밴드)의 미래를 전망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영상·정보·통신기술 종합전시회인 ‘CEATEC 재팬 2002’가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일본 컨벤션센터)에서 1일 개막, 첨단 정보기술(IT) 제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내로라 하는 일본의 대형 IT업체들이 모두 참여한 이번 행사는 ‘유비쿼터스’ 관련 제품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주목받는 ‘유비쿼터스’=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어는 ‘유비쿼터스’다.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사회를 추구하는 ‘유비쿼터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선 업체는 도시바다. ‘유비쿼터스-필 프리덤(Feel Freedom)’을 표어로 내건 도시바는 가정을 상정한 별도의 무대를 마련해 와이어리스 액정 TV, 홈서버, 3G 이동전화단말기 등 유비쿼터스 관련 도시바의 기술을 선보였다. 도시바의 전략마케팅 담당자인 요이치 아카시는 “유비쿼터스 관련 시장이 바로 눈 앞에 와있다는 인식하에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 및 제품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대형 IT업체 및 통신업체들이 자사 팸플릿에 유비쿼터스란 단어를 집어넣는 등 하나의 유행어로 퍼지고 있다.
◇일본의 힘, 정보가전=백색가전은 일본 IT의 기본 바탕을 이루어온 분야다. 최근 들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상당부분 주도권을 빼앗겼지만 이를 디지털 네트워크 가전을 통해 다시 찾아오려고 한다. 무선통신기술의 진보와 브로드밴드 통신의 보급을 배경으로 AV기기, 백색가전에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네트워크화를 읽어볼 수 있다.
샤프와 마쓰시타전기산업은 각각 차세대TV제품을 참고 출품했다. 5.2㎓대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소형 송수신기를 통해 하이비전 영상을 무선으로 송수신이 가능하다. 거실에서 녹화기로 녹화한 영화를 침실에서 고선명 화질로 즐길 수 있다.
샤프는 이 제품을 내년 상품화할 계획이다. 마쓰시타는 또한 백색가전에 네트워크를 넣은 기기 전시에 힘을 쏟고 있다.
특정한 소전력 무선 기술을 바탕으로 터치 패널 방식의 정보단말기를 이용해 에어컨이나 냉장고를 집중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경유해 요리 데이터를 전자레인지에서 바로 검색해 읽어 볼 수도 있다.
일본 정보가전은 도시바가 이미 올 봄 판매에 나선 이래 마쓰시타, 히타치제작소 등이 내년 상품화에 나설 계획이어서 일본 백색가전의 제2전성기 회복 여부가 주목된다.
◇붐비는 홈&퍼스널(home&personal) vs 발길 뜸한 전자부품·디바이스·장치=마쿠하리 메세 1∼8전시홀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1·2·3홀에 홈&퍼스널, 6·7·8홀에 전자부품, 디바이스, 장치 부문이 나눠 전시되고 있다. 소니, 도시바, NTT, 샤프 등 유명 업체들이 초대형 부스를 마련한 1·2·3홀에 비해 6·7·8홀은 일본의 기반을 다져온 전자부품 업체들이 주를 이룬다. 1·2·3홀은 너무 사람이 많아서 어지러울 정도인 반면 옆의 6·7·8홀은 한가한 모습을 보였다. 참가 업체수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해 참가 업체는 754개(일본 업체 468, 해외 업체 286)로 지난해 833개(일본 599, 해외 234)와 비교하면 일본 참여업체가 줄고 해외 업체가 늘어 최근 경기 동향을 반영했다. 특히 홈&퍼스널 부문은 지난해 29개 업체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96개로 두배 이상 늘어난 반면 전자부품·디바이스·장치 부문은 지난해 439개에서 올해 346개 업체로 크게 줄어들었다.
◇일본을 개척하는 한국 업체=한국 업체들은 이번에 중소기업진흥공단·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TRA 등 3개 정부 관련 단체가 서로 따로 마련한 공동부스에 각각 18, 16, 8개 업체가 참여하는 등 총 47개 업체가 참여했다. 우수 신기술 업체를 중심으로 선발해 전시회에 참여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일본 JPSA측과 참여업체들간에 IT교류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올해 첫 참가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참여 업체들이 실질적인 일본측 사업 파트너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도쿄와 후쿠오카에서 일본 기업들과의 만남의 장을 이번 전시회와 별도로 준비하기도 했다. KOTRA는 부품업체을 중심으로 부스를 꾸며 놓았다. <지바(일본)=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