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구태에 빛바랜 첨단국감

 올해 국회의 국정감사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애초부터 적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 국감이 정쟁의 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런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대한 기대는 사뭇 달랐다. 다른 상임위와 달리 정치적인 이슈가 적은 데다 소속 의원 상당수가 지난 5년간의 정책을 차분히 정리해본다는 의욕을 내보였다. 특히 사상 처음 ‘종이없는 국감’을 시도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도·감청이나 통신사업자 선정 등과 같이 국감장을 뜨겁게 달군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이번에는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국감은 너무 맥빠졌다는 게 국감을 지켜본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준비 부족이라는 의원들의 구태가 재연됐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은 사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핵심을 비켜난 질의로 일관했다. 정통부 국감에서는 심지어 정통부의 소관 사항이 아닌 것을 물고늘어져 실소를 산 의원이 있었다. 오전에는 목이 터져라 호통치다가도 오후에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의원들도 있어 지켜보는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이들 의원의 행태에 피감기관과 취재기자는 물론 동료의원들마저 눈살을 찌푸렸다. 오히려 관할상임위도 아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활약상이 과기정위 소속 의원들과 대비돼 돋보였다.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 박병석 의원 등은 통신업계 현안을 제대로 파악한 듯 날카롭게 따져 SK텔레콤과 KT로부터 상호지분 연내 해소 답변을 얻어냈다.

 과기정위 소속 의원들이 죄다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다. 김원웅·박진 의원은 디지털TV 방식과 전자파의 인체흡수율 등을 놓고 정통부 담당국장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과기부 차세대연구개발사업의 부실을 파헤친 것도 성과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과기정위 국감의 최대 성과는 첨단 전자국감의 구현이다. 답변 자료를 CD롬으로 받아 다른 상임위의 부러움을 샀으며 인터넷 생중계는 국감 현장을 가감없이 전달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선량의 의정 활동을 평가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일부 의원이 이런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에 위안을 삼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