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도쿄에서는 한국 문화콘텐츠업체들이 주최한 투자유치설명회(IR)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서 큰 관심을 모았다. 게다가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점에서 열려 관계자들의 관심은 더욱 컸다.
‘문화콘텐츠 강국’ 전령사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이번 행사는 한신코퍼레이션을 비롯해 10개 한국 콘텐츠업체들이 참여했다. 콘텐츠진흥원이 경비지원을 했고 업체들도 자비를 들여 직원 2, 3명을 파견하는 등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행사시작 시간인 오전 10시에 설명회에 참가한 사람은 일본인으로 보이는 한 명 밖에 안됐다. 결국 첫 IR 순서인 한신은 고작 한 명만을 대상으로 자사의 프로젝트인 ‘힙합’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오후 들어서도 이런 사정은 나아지지 않아 10명 이상 모이지 않았다. 행사를 위해 한국에서 날아온 ‘배우’들이 ‘관객’보다 훨씬 많았던 셈이다. ‘문화콘텐츠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이 허망하게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의 일차적 책임은 이번 행사를 주도한 콘텐츠진흥원 일본사무소에 있다. 하지만 말이 일본사무소이지 직원은 고작 소장 한 명 밖에 안된다. 박송희 소장은 이번 행사를 위해 무려 2000건의 홍보메일(DM)을 발송하고 또 일일이 전화를 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행사 진행을 위한 잡다한 업무도 오로지 그의 몫이었다. 뚫기 어렵기로 정평이 난 일본 시장에서 결과적으로 이번 행사는 한 사람의 ‘원맨쇼’가 되고만 셈이다.
질문은 다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문화부’로 돌아간다. 문화부는 한국이 문화콘텐츠 강국이 되길 바라는가.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국이자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인 일본에 달랑 소장 한 명뿐인 현지사무소를 개설해 놓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행여 박 소장이 그만두기라도 하면 지난 1년여간 공들여온 일본 시장 개척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인맥도, 신뢰도, 노하우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항간에는 이번 행사를 끝으로 박 소장이 그만둘거라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최근 진흥원 사이트내에 있던 일본사무소 소개 코너마저 폐쇄한 진흥원의 속내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