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물학자가 ‘생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자기 손으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러한 욕구가 바탕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현재 ‘e세포’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말 그대로 세포의 모든 현상을 컴퓨터에서 구현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세포의 일생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활동 및 그들을 제어하는 네트워크, 유전자들이 합성하는 단백질 등 모든 세포내 생명 현상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생명체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예측하는 것만으로도 질병진단이나 치료방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관한 연구는 단순히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 산업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양자물리학 창시자 중의 한사람인 슈뢰딩거는 1940년대에 ‘생명체란 분자들이 정렬되어 있는 유전자적 코드에 의하여 지배받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아마도 자신이 만든 원자들의 양자역학 방정식에 의해 생명의 신비가 풀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생각은 당시에는 큰 배척을 받았었는데 그 당시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생명체를 살아있게 하는 신비로운 생명의 힘’이라는 ‘활력설’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e생명체’는 워낙 복잡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가 미처 예측할 수 없는 기능을 지닌 가상생명체 이상의 의미를 주는 또 다른 모양의 생명체인지도 모른다. 간단하게 설계된 물리학적인 시스템들도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전이 현상’과 같은 모습들을 보이곤 한다. 훨씬 복잡한 생명체의 모델에서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거의 모든 일상생활이 컴퓨터로 이뤄지는 현실에서 자기증식과 성장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e생명체’가 컴퓨터의 다른 환경들과 상호 교류를 한다면 이는 어떠한 존재로 우리에게 이해돼야 할 것인지 마치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상을 해본다.
<박선희 ETRI 바이오정보연구팀장 shp@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