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홍콩과 신의주특구

◆맹청신 홍콩무역발전국 한국사무소장

 

 최근 시장경제를 부분적으로 채택하면서 개혁·개방의 추진신호를 보내고 있는 북한이 압록강을 경계로 중국 단둥지방과 맞닿아 있는 신의주 지역을 특별행정구로 지정했다. 북한은 양빈을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섬에 따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은 홍콩 특별행정구 기본법과 법적 체계 및 내용상 유사점이 많아 외부 세계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듯하다. 외견상 두 특별구법은 국방·외교권을 제외한 입법·사법·행권권을 특구행정부에 부여해 특구내 자치를 인정한다는 점이 같다. 신의주 특구가 행정장관을 중심으로 행정부와 입법회의, 검찰소 및 법원을 두고 있다는 점도 홍콩 행정기구 체계와 거의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입법취지와 시행면에서 살펴보면 두 특구법은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콩 특별행정구 기본법의 제정 경위를 살펴보면 이렇다. 홍콩이 반환되기 15년 전인 1982년 영국과 중국 정부 당국은 홍콩의 장래에 대해 협상을 시작, 2년 후인 1984년 영국·북아일랜드·중국 정부로부터 홍콩 문제에 관한 ‘공동선언’을 도출해냈다. 이 공동선언은 ‘97년 7월 1일을 기해 홍콩행정을 중국에 이양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제협약이다. 이에 따라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서 자본주의체제와 생활방식을 이양 후에도 50년 동안 유지하게 됐다.

 홍콩 특별행정구법이 자본주의체제와 생활방식의 연장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정부간 협정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신의주 특별행정구법은 외자 및 외국인 투자유치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어 제정취지가 완전히 다르다. 또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행정은 홍콩인이 한다는 ‘항인항치(港人港治) 정책’에 의거, 홍콩 행정수반은 홍콩에 20년 이상 거주한 지도자 중에서 선거에 의해 선출하게 됐다. 이는 북한 당국이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기업인을 행정장관으로 임명한 신의주의 경우와 행정수반 선출법과 절차에 있어 완연한 차이를 보이는 조항이다.

 무엇보다 홍콩과 신의주의 절대적 차이는 배후 경제지역이 어떤 곳인가 하는 데에 있다. 홍콩의 배후지인 중국(본토)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계 6대 교역국가로서, 홍콩의 최대 수출시장(37%)이다. 또 중국은 경쟁력있는 노동력을 가진 세계의 생산기지이며 동시에 13억 인구를 가진 거대한 소비시장이다.

 이에 따라 홍콩은 중국 대외 교역량의 33%를 통과시키는 주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홍콩과 맞닿아 있는 광둥성은 중국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본토내 가장 큰 경제규모를 가진 지역이다. 특히 1만달러가 넘는 1인당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선전 경제특구가 이 성에 속해 있다.

 반면 신의주특구와 인접한 동북 3성은 중국 본토 가운데서도 비교적 경제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한 낙후지역이다.

 더욱이 최근 신의주특구의 행정장관인 양빈이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구금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신의주 무비자 입국도 초기 발표와는 달리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신의주특구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이 발표 초기와는 달리 냉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특구의 경우 반환되기 무려 15년 전부터 영국과 중국 양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통분모 찾기 작업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그 결과 반환 이후에도 별다른 마찰이나 잡음 없이 매끄러운 행정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는 달리 신의주특구는 중국 등 주변국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급조된 감이 없지않다.

 지금이라도 북한은 홍콩특구 조성의 노하우를 참고해 한국·중국 등 이해국과의 합의와 교섭을 통한 절충점 모색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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