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글날이 556돌을 맞았다.
세계의 많은 민족이 자기의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문자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한글과 같이 일정한 시기에 특정한 사람이 이미 존재한 문자에서 직접적으로 영향받지 않고 독창적으로 새 문자를 만들고 한 국가의 공용문자로 사용하게 한 일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역사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국보 제70호로 지정돼 있는 훈민정음은 이미 지난 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돼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세계 만방에 떨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이미 세계가 인정한 터인데 오히려 한글을 가꾸고 더 발전시켜야 할 우리는 한글 사용을 뒷전으로 내몰고 알 수 없는 이상한 말과 글씨만 자꾸 만들어내며 또 이를 부추기고 있는 듯하니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올바른 언어 사용의 본을 보이고 나아가 올바른 언어문화 정착에 솔선수범해야 할 정치인 등 소위 사회지도층은 물론 방송을 비롯한 언론이 고운 우리말을 외면하고 이상야릇한 말들을 골라 사용하고 있음을 많이 볼 수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건전한 언어사용과 정보교감의 장으로 서로의 커뮤니티를 형성해나가고 아름답게 가꿔야 할 인터넷 각 게시판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온갖 욕설과 비방, 알 수 없는 용어 등이 점점 판을 치고 늘어가고 있어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진 지 오래다.
이렇게 한글 파괴 행위가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데도 걱정과 탄식만 할 뿐 관심을 갖고 제대로 올바른 우리말 지키기와 사랑을 지속적으로 전개해가는 곳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바라건대 이번 한글날을 계기로 언어폭력을 자제하고, 한글 사랑하기와 바른 말·고운 말 지키기 등 언어정화 캠페인이라도 펼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을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여 젊은 네티즌이 주축이 돼 사이버공간에서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갔으면 좋겠다. 축하를 ‘추카추카’로 말하는 것은 이제 보편화가 돼 있고 ‘안나세여’ 등은 오히려 애교로 봐줄 수도 있겠지만 금요일을 ‘쇠욜’이라고 하는 데는 할 말이 없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망가질대로 망가져가는 우리말과 글에 대해 그 우수성을 자랑만 하고 사이버공간을 오염시키고 있는 일부 네티즌만 나무라고 있을 게 아니라 이제는 우리말 보호와 가꾸기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박동현 서울 관악구 봉천동
박동현 서울 관악구 봉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