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DDA통신서비스 개방](끝)협상도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WTO 통신서비스 개방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결코 느긋하지 않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IT인프라 구축 수준이 높아졌고 그간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방해왔기 때문에 통신서비스 시장 개방이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으나 우리의 협상력은 여전히 빈약해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업계 전문가들은 통신서비스 시장개방의 협상은 어디까지나 다자간 협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금융 등 다른 분야와 일괄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실익을 거둘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선진국의 시장개방 압력에는 보다 기술적으로 대처하고 개발도상국의 문호는 더욱 개방하도록 유도하는 등 보다 기술적인 대처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 때문에 설득력을 갖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점을 들어 정부와 업계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정부는 통상협상과 같은 국제업무의 경우 거의 관심권 밖에 두고 있다. 그만큼 통상협상에 대한 전문가가 없을 뿐더러 설혹 전문가가 있다 하다라도 ‘대우’가 시원찮아 지속적으로 파고들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통상협상 담당조직이 있기는 하나 전문가라기보다는 일반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을 파견한 정도에 그친다.

 민간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상협상의 결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게 아닌 데다 기업의 특성상 당장 이윤이 나는 부문의 비즈니스에 치중하다보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간통신 사업자의 경우 해외진출 경험이 일천하고 협상전문팀이 꾸려져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협상 전문팀이 있다 해도 전담하지 않아 전문성이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체계적인 협상이 이뤄질리 만무하다. 실제로 외교통상부와 함께 통신서비스 개방의 주무부처라 할 수 있는 정보통신부의 경우 WTO협상팀을 제외하고 실무부서에서 이같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차피 협상기한은 6개월 이상 남아 있고 정권이 교체돼 인사이동이 있을 경우 보직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WTO협상팀을 지원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없다는 얘기나 다름이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점을 들어 정부내에서 만큼은 통상협상과 같은 국제업무는 시스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비전문 관리들이 한직에서 적당히 보내고 다른 업무로 나가는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자의 안이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WTO협상팀을 제외한 다른 부서의 경우 ‘협상이란 필요할 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사를 거침없이 피력하는 인사도 있다.

 WTO 서비스시장 개방협상 과정에서 세세하게 따져봐야 할 사항이 많아 시간이 촉박하다. 하지만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등 보완 조치를 취하고 협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협상의 시스템화를 완료한다면 통신서비스 시장의 경우는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동구권 등의 지역으로 진출할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이한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향후 서비스협상과정에서는 주요 진출 대상국의 경우 양허범위를 확대하고 장애요인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국내 시장개방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선진국의 국내 규제 관련 제도를 벤치마킹해 보완책 역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도 통상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지식과 풍부한 국제감각을 갖춘 협상가의 육성과 시스템의 구축이 뒷받침될 때만 기대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