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강국 이스라엘>(2)방산에서 IT로

 오늘날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산업은 방위산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항공·미사일 기술과 군 정보부대 등이 정보기술(IT)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군과 사회를 자연스럽게 연결, 부대에서 쌓은 연구 및 실무 경력을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 정도가 정부의 몫이었다.

 이스라엘의 방위산업은 지난 1953년 설립된 이스라엘항공산업체(IAI)에서 비롯됐다. 이후 1967년 ‘6일 전쟁’ 당시 대이스라엘 무기금수조치로 독자 개발을 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한단계 도약했다. 이 과정에서 IAI는 미사일 시스템, 위성, 전자 및 레이더 기반의 전투시스템 등 다양한 군·민수용 첨단 설비를 제작하는 이스라엘 최대 하이테크 종합체로 자리잡았다. 이제 IAI는 이스라엘 방산품 수출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군사위성 오페크와 상업용 위성 아모스 발사에 성공해 이스라엘을 세계 8대 위성국가로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병기개발청 라파엘도 기여도가 컸다. 라파엘은 1959년 최초의 공대공 미사일 ‘샤피리트1’을 개발한 이후 미사일 전문 제조 및 수출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라파엘의 미사일 기술은 1960년대 중반부터 민간기업과 합작으로 민수용 및 군수용 컴퓨터처리 기업에 활용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일례로 이스라엘의 바이오벤처 갈릴메디컬은 미세 침으로 전립선암 수술을 순식간에 끝내는 의료제품을 개발해 급성장하고 있는데 그 핵심기술이 바로 미사일 발사 후 발사대를 급랭시키는 기술에서 온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컴퓨터 산업인력 양성에도 크게 기여했다. 시발점은 1959년 맘람(이스라엘군 중앙 컴퓨터처리부대)의 발족. 맘람은 군 전산화의 선구자로 초기에는 군의 컴퓨터 관련 서비스를 맡았으며 차츰 군의 여러 하부 조직으로 분산돼 나갔다. 맘람 출신들은 현재 산업계의 핵심 위치에서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선구자들로 활약하고 있다. 맘람도 군의 컴퓨터 인프라와 각종 전산 프로젝트 및 인력 양성 등 더욱 막중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스라엘이 1990년대 후반부터 통신기술시장과 인터넷 보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보부대 ‘시모네 마타임(8-200)’을 빼놓을 수 없다. 시모네 마타임 부대 출신자들은 이스라엘 하이테크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세운 벤처기업은 30∼40개나 되며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만 해도 10개사가 넘는다. 방화벽의 체크포인트, 보이스 메일의 컴버스, 데이터 보안의 나이스 시스템과 오디오 코드, 생물정보학의 컴퓨진이 모두 시모네 마타임 출신에 의해 세워졌다.

 1959년 이스라엘 정보부대 소속 연구·기술기능을 맡는 전자부대로 출발한 이 부대는 창설 40년이 지난 시점에 이스라엘 하이테크 산업을 주도하는 인력양성소로 국가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조직에 대해선 국가기밀로 분류돼 있어 외부에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하이테크에 관심있는 외국 투자가나 사업자들 사이에서 시모네 마타임의 명성은 자자하다. 통신·보안·암호·데이터처리 등의 분야에서 신기술 개발자가 투자가를 찾을 때 자신의 경력에 시모네 마타임 출신자임을 더할 경우 특별한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이스라엘의 젊은 벤처기업가들이 신기술 개발로 엄청난 돈을 버는 사례가 속출하고 그 주인공들 중에 시모네 마타임 출신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입대자들은 너나없이 일확천금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정보부대를 지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력직으로 군대를 졸업한 사람들도 다시 정보부대 입대를 지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모네 마타임이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가 하는 실례는 다른 데서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 동안 군복무를 하고 대학에 들어간다. 이채로운 것은 시모네 마타임 복무자들의 경우 군복무 기간 중에 군이 지정하는 대학의 지정학과에서 4년 동안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대학에서 암호 관련 내용을 전공했다면 군에서도 동일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특히 이 기간 중 자신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본인명의로 특허를 출연토록 해 군복무 이후 이를 토대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