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어를 세계 언어로

 우리말과 글을 세계 언어로 육성하기 위한 국어발전종합계획이 마련됐다. 통신언어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외래어와 비속어가 난무하는 등 한글의 퇴조와 소멸현상이 가속화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우리말과 글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구상은 가닥을 제대로 잡은 정책이라고 본다.

 잘 알다시피 지식·정보·문화로 대표되는 21세기는 그 나라의 말과 글이 국가경쟁력의 척도가 된다. 국어 경쟁력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일어·중국어 등 외국어 교육은 기승을 부리는 반면 우리말과 글은 외면당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한글 홀대현상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마련한 국어발전종합계획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이번 계획의 주요 골자가 국어의 세계화·정보화를 견인하게 될 한국어 세계화재단 설립, 21세기 세종계획 등 국어 정보화 기반 구축사업의 지속적인 추진, 남북한 언어교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한민족 언어 공동연구협의회 구성, 시각장애인용 전자국어사전 개발을 포함한 특수언어 표준화 지원사업이기 때문이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국어발전종합계획이 국어의 세계화 및 정보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국어 정보화 기반 구축, 남북한 언어교류 활성화, 특수언어 표준화 지원 강화, 언어사용환경 개선 등 8대 중점 추진과제가 방증하듯 한글을 디지털시대에 부응하는 세계적인 언어로 발전·보급시키겠다는 것이 이번 계획의 주요 목표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국어 정보화 기반 구축사업이다. 국어 기초 DB 구축과 한국어 통합검색시스템 개발, 그리고 디지털 한글박물관 운영에 나서게 될 이 사업의 성패가 우리말과 글의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 또 지난 9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세종계획과 시각장애인용 전자국어사전 및 한국점자규정 학습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도 크다. 

 우리말과 글의 육성·보존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한 것이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전세계 언어 가운데 50%가 100년 안에 소멸될 것이란 전망이다. 영어·일어 등 선진국 언어 사용층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소수민족 언어는 퇴조현상을 보이고 결국은 소멸될 것이라고 유네스코는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캐나다·폴란드 등 주요 국가들이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자국어 보호정책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한글도 여기에 포함됐다. 우리가 국어발전종합계획을 환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한글이 세계적인 언어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많은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어교재 보급 및 교사 지원 등 한국어 해외 보급사업이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해외 언어기관과의 정보교류 활동도 강화되어야 하며 통신언어 순화문제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외래어·비속어·이모티콘이 난무하는 통신언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는 한글의 세계화도 공염불에 그치기 때문이다.

 더욱 철저한 실행계획 수립을 통해 국어 발전과 보존을 위해 마련된 특단의 대책을 차질없이 마무리해야 한다.